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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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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조조정 시간 정해놓고 해서야”
주관기관/행사명   ECONOMIC REVIEW 발행일자   2000/11/28 조회수   0
 
환란에서 제대로 못 배워 위기 재연,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해결 가닥 보인다



경제 전반에 위기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작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이런 때일수록 구조조정에 다시 한번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정부 부처의 어느 누구도 아직도 문제의 본질을 인정하면서 책임지고 위기를 대처하겠다며 나서지 않고 있다.

또 다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IMF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당시 경제수석을 맡았던 김인호 와이즈인포넷 회장을 만나 위기의 본질과 교훈에 대해 되새겨 봤다. '환란 재판'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던 '직무유기'라는 짐을 일단 벗었기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IMF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주는 중압감은 여전히 그를 감싸고 있는 듯했다.

나라의 경제정책을 좌우했고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던 김인호 전 경제수석이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심정을 묻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고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정부는 개혁을 추진하면서 환란의 위기에서 제대로 교훈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위기를 초래했다고.

김 전 수석은 "IMF위기가 유동성의 위기로 표출됐을 뿐이지 본질적인 원인은 오랫동안 누적된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현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IMF위기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처방안을 마련해서 뼈를 깎는 각오로 경제체질 변화를 시도했어야 옳았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책임론에 대해 김 전 수석의 입장을 정리해 보자. "어떤 사람들은 나더러 총론적 책임은 인정하면서 각론적 책임은 부인한다고 비난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외환위기의 본질을 일과성 사건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는 단세포적 시각입니다." 즉, 세계 11대 경제대국이 김인호, 강경식 두 사람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느냐는 논리다. 외환위기는 구조적, 상황적 측면과 국내외 사정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그 배경과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정부정책 모순이 구조조정 지체시켜


정치적으로 특정인에게만 위기의 책임을 넘기고 다른 부문에는 면죄부를 주었기 때문에 본질적인 문제가 무시됐으며 그래서 여전히 위기의 원인은 해결되지 못한 채 그냥 남아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김 전 수석은 이것이 바로 최근 팽배해 있는 위기 조짐의 실체라고 진단한다. 이 순간에 그는 "IMF 위기를 진정한 교훈으로 삼으려면 위기의 본질을 잘 분석하고 원인을 찾아내고 이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이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문제점, 다시 말해 기술수준이 어중간한데 가격도 싸지 않아 선진국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혈세를 부실기업에 아무리 쏟아 부어도 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생산구조를 뜯어고치지 못하는 한 사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뿐이라는 것이다.

김 전 수석은 현재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구조조정 지체의 이유 중에 하나가 정부의 정책 모순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노동개혁을 들었다. 한쪽에선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기업 퇴출'을 강조하면서 다론 쪽에서는 '고용보장'을 약속하는 식의 어정쩡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수석은 또 "노사정 위원회를 상설 기구화시켜 기업과 달리 노사관계를 집단주의로 해결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접근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경제 전체 운용기조를 시장원칙에 맞춘다고 했으면 재벌개혁이나 노동개혁에 똑같은 원리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집단논리로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하면 구조조정은 물 건너 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정책모순은 현대건설 문제해결과정에서 여실히 잘 보여줬다고 말한다. 재벌개혁을 한다고 해놓고는 다시 형제끼리 계열사가 협조해서 해결하라는 식의 앞뒤가 맞지 않는 자세는 국민들에게 혼돈을 주고 있으며 시장의 신뢰를 잃게 하는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구조조정은 시간을 정해두고 하는 것이 아니"라며 "시간을 정해두고 하는 일이라면 위기가 아니고, 현정부가 너무 성과에 얽매여 있다"고 비판한다. "아직도 근본적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IMF로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지요." 즉 정치적 논리를 버리고 철저하게 시장원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는 경제 정책팀의 의지가 정책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정치적 논리를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실제 올 초부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악화 조짐이 감지되기 시작했지만 총선을 의식해야 했던 정부는 'IMF위기극복'이라는 업적과시에 급급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경제환경 변화에 조기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 뿐 아니라, 구조조정을 계속해야 할 명분마저 스스로 훼손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정보 콘텐츠 회사 수장으로 변신


이로 인해 공기업 개혁과 2단계 금융, 기업 구조조정은 추진력을 잃었고, 아무런 성과 없이 1년 가까운 시간을 흘러보낸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국민 기초 생활보장법, 주 40시간 근무제 등 우리 경제수준에 과도한 수준의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정치적 기대효과가 큰 남북협상에 몰두하면서 경제논리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결국 정치적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 단기적이나마 대다수 국민들이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는 개혁정책을 희생시킨 셈이었다. 이 같은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금융, 기업, 노동, 공공부문의 '4대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얘기다.

끝이 안 좋아 그렇지 그는 공부원으로서도 성공한 사람이었다. 66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92년까지 경제기획원 장관특보, 경제기획국장, 차관보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우루과이라운드 실무대책위원장, 남북 경제공동위원회 부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소비자보호원 원장을 역임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90년부터 2년 간 남북 고위급회담 교류협력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그에게 근래 추진되는 남북 경협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기본적으로 남북 경협은 상호주의에서 출발해야 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체제 개선을 점진적으로 유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기적, 일시적 지원까지 상호주의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로 주고받는 경제원리에 따른 교류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계속 경제 논리를 무시하고 무조건 지원한다면 북한의 체제 변화를 유도할 수도 없고 국민의 지지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의 명함에는 '와이즈인포넷 회장'이라는 직함이 새겨져 있다. 어떤 회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와이즈인포넷에 대해 "지난 93년부터 정부기관과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해외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서비스를 해오고 있는 회사"라고 소개한다. 사실 와이즈인포넷은 유료콘텐츠 판매에 성공한 드문 사례로 손꼽힌다. 7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원이 만들어낸 정치, 경제, 산업, 기술 전 분야에 걸친 데이터베이스가 이미 10만 건을 넘어섰다.

그는 와이즈인포넷을 "단순한 정보의 수집과 가공 판매에서 벗어나 종합리서치 기관으로, 명실상부한 한국의 싱크탱크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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