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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판결난‘환란재판’惡夢씻고 해외 경제정보업계 늦깎이 入門
“시장경제, 국제화, 지식정보화는 한국경제를 받치는 세 기둥입니다.” 30년간 공직자로 지내온 김인호 전 경제수석(58)은 자신이 대표적인 경제정보 회사인 와이즈인포넷 회장으로 온 것을 두고 ‘시장경제로의 귀환’이라는 자신의 목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화는 시장경제의 요체인 경쟁력 강화를 수반하고, 국제화된 시장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얻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번도 공직외에는 다른 일을 해 본 경험이 없는 ‘사회 초년병’으로서 그는 스스로 ‘돈버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공직자로서 쌓아온 국가경영의 경험을 십분 활용한다면 기업경영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90년부터 92년까지 우루과이라운드 실무대책위원장과 EC통합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경험이 있는 그는 일찍이 해외경제 정보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92년 김영삼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걸고서라도 쌀 개방을 막아내겠다고 선언했고, 국민들은 그 선언에 속시원해 했다.
그 만큼 시장개방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그 약속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후 개방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선택적 개방에 대한 여론은 존재한다. “개찰구 있는 국제화와 개찰구 없는 국제화라고 표현할 수 있죠. 하지만 국제화하면서 우리가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지요.” 즉 가장 좋은 국제화는 무조건적인 개방이 아니라 우리 경제를 국제적 수준으로 만드는 것, 우리 기준을 글로벌화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97년 경제수석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떠난 이후 대학에서 경제학 강의도 하고,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원장으로 일도 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건 ‘환란 재판’에 대한 변론이었다. 비록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국민 정서상 환란의 주범으로 몰린 것에는 여전히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저 하나 책임져서 해결될 수 있는 위기였다면 위기도 아니죠.” 그 동안의 한국경제의 문제점이 쌓여있다. 분출된 것이 IMF 위기라는 형태로 온 것이라는 얘기다. 도덕적, 정치적 책임은 통감하지만 정책과정을 형사처벌한다면 누가 소신을 갖고 정책집행을 하겠느냐고 그는 반문했다.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끝이 안 좋아 그렇지 그는 공무원으로서도 성공한 사람이다. 66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92년까지 경제기획원 장관특보, 경제기획국장, 차관보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우루과이라운드 실무대책위원장, 남북 경제공동위원회 부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소비자보호원 원장을 역임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90년부터 2년간 남북 고위급회담 교류협력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그에게 근래 추진되는 남북 경협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단기적, 일시적 지원까지 상호주의를 관철할 순 없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원리에 따른 경제교류가 되어야 지속적으로 교류와 협력이 가능합니다.” 한두 번의 지원은 정치적으로 국민의 동의와 기업의 협조를 받아 가능하지만 계속 경제적 논리를 무시하고 무조건 지원한다면 국민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와이즈에 회장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직원들과 면담하기도 바쁘다는 김회장은 와이즈의 해외 경제정보가 우리 경제의 국제화와 경쟁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정말 필요하고 수준높은 정보를 제공해 ‘환란주범’의 이미지를 씻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이석호 기자 (lukoo@joongang.co.kr)/ 사진 지정훈 기자 (ihpapa@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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