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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일 경제공동체의 실현을 위한 양국 지식인 사회의 인식과 역할
주관기관/행사명   큐슈협의회 발행일자   2025/06/29 조회수   0
 
<제10차 아시아(한일)해협터널실현 큐슈연락협의회 총회 기념강연>

한·일 경제공동체의 실현을 위한 
양국 지식인 사회의 인식과 역할

김 인 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


Ⅰ. 인사와 시작하는 말

오늘 이 자리에는 한국과 일본 간을 연결하는 해저터널의 건설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많은 일본의 지식인과 전문가들이 모여 있습니다. 동시에 생각을 공유하는 한국 측 인사들도 일부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간 이 목표를 향해 약 십 년간 꾸준히 노력해 오신 이 모임의 그간의 활동에 깊은 경의를 표하면서 한일 기본조약 체결 60주년을 맞는 금년의 이 총회가 갖는 특별한 의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을 대표하시고 오늘의 총회를 주관하시는 하라다 요시아키 회장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저를 이 중요한 모임의 기념강연자로 초청해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일 해저터널에 관한 논의는 일본의 경우 2차 대전 이전부터 있어와 이미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에 와서는 이 모임이 일본에서의 이 논의의 중심에 있는 줄로 압니다. 한국의 경우도 수십 년간 간헐적인 논의가 있어왔지만 통일교의 문선명 총재가 떨어진 대륙을 터널로 연결하여 세계 평화의 길을 완성하자는 제안을 1981년에 한 이후 본격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포럼, 연구회 등의 활동과 깊이 있는 연구 분석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한국에서의 이러한 활동과 노력의 중심에 있는 이용흠 신한일미래포럼 이사장을 비롯한 여러분들이 이 자리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한․일 해저터널에 대해 과거 한․일 양국의 정상 간에 있었던 논의를 보면 1990년 당시 한국의 노태우 대통령이 일본국회에서 이 터널의 건설을 제안하고 일본의 가이후 도시키 총리가 긍정적으로 반응한 이후, 1999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의 김 대통령의 제안,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의 정상회담 시의 노 대통령의 공식 언급 등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양국 모두 이 논의를 바탕으로 가시적 실현에 다가가기 위한 실질적 진전이 정부 차원에서는 크게  없었던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의 경우 각 급 선거 때가 되면 부산지역과 관련이 있는 후보자들에 의해 일과성 언급이 있다가 선거가 끝나면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오히려 여기 모인 시민사회와 지식인 사회의 지도자들과 전문가 등 관심 있는 인사와 조직들에 의해서 꾸준한 논의와 연구, 상호 방문, 의견 교환 등 노력이 계속돼 왔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하나인 저는 왜 이 주제가 더 이상의 가시적 진전이 없는지를 깊이 생각하는 가운데 이 주제를 발전시켜 나가려면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을 근본적으로 달리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 강연을 통해 저의 생각의 골자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결론을 앞서 말씀드린다면 ‘한·일 양국이 먼저 경제공동체의 구성에 합의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선행 조건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얻어야 그 바탕위에서 한일해저 터널 건설에 대한 구상이 양국 간에 실질적 논의와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정부 차원의 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이 강연을 통해 저는 왜 이러한 생각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생각의 일단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Ⅱ. 정체에 갇힌 양국 경제,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한국과 일본이라는 동아시아의 두 중심국가의 경제는 공히 정체에 머물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소위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하고 있으나 언제 다시 활기찬 경제로 돌아올지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상태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세계경제를 주도하던 일본의 제조업은 악몽을 겪고 있습니다.‘잃어버린 30년’이 시작하기 직전인 1989년 세계 시가총액 상위기업 20개 중 무려 14개나 차지하던 일본 기업들은 오늘날 이 리스트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은 디지털, IT 혁명 등 기술혁신에서 과거와 같이 세계적 추세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경제의 정체는 본질적으로 경기적 현상이 아니고 일본경제가 안고 있는 대내외 구조적 문제라고 보는 것이 일본의 많은 유력한 지성인들의 견해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보다는 발전하는 경제를 이끌어 와 최근에는 1인당 국민소득에 있어서 일본을 앞지르고 일부 산업과 기업에 있어서 일본에 필적 또는 능가하는 실적을 보이고 있어 성급하게 ‘한일역전’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국인 뿐 아니라 일본인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이에 안주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경제가 돼 있습니다. 사실은 한국경제도 거의 20년 넘게 보다 경쟁력 있는 경제구조로의 이행,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굴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계속 성장율이 저하되는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고 저조한 노동생산성, 부문 간 심각한 생산성의 격차,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저 생산성부문의 존재, 저 출산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심각성 등 한국경제의 어두운 면이 본질적으로 개선되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 등 시장경제의 본질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극에 달하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갈등의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경제의 앞길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양국 모두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new normal’이라는 이름의 저성장에 익숙해 있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글로벌 레이스에서 각자가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국 공히 이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대내외적으로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Ⅲ. 왜 한·일 양국 경제공동체인가?

한계점에 도달한 양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우선 양국 공히 대내적으로 매우 힘든 구조 개혁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개혁은 어려운 것입니다. 흔히 ‘달리는 자동차에서 바퀴를 바꿔 다는 것’에 비유됩니다. 이렇게 대내적으로 어려운 구조개혁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대외적으로 획기적인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야 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국경보다‘경제영토’개념이 확산되면서 동아시아 경제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아시아 경제는 한국과 일본의 주도적인 역할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특히 세계경제에서 중국경제의 위치나 팽창의지를 고려하고 이 현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면서 중국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동아시아 경제발전의 최대 걸림돌인 북한의 존재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단일 경제권 형성을 지향하는 획기적인 관계 증진 노력이 필요합니다. 

바로 양국이 단일경제권, 즉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를 통해 양국 공히 경제의 규모와 질을 높여 나간다면 Global South 등이 엄청난 새로운 해외시장으로서 양국 경제 앞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단일 경제권을 형성한다면 미국, 중국, EU와 더불어 세계 최대 경제권의 하나가 되어 양국경제의 발전은 물론 동아시아 안보정세의 안정에도 획기적인 토대가 될 것입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 예측불허의 글로벌경제 환경 하에서 강대국의 독단에 흔들리지 않고 주체적인 경제운영을 지속해 갈 수 있는 규모와 질의 경제 수준이 될 것입니다.

한․일 양국 간 경제관계의 변천과정과 향후 가야 할 방향을 간략히 살펴봅니다.
1965년 한․일 양국 간 관계 정상화 이후 교역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관계가 본격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소 줄어들기는 하지만 지속되는 한국의 무역 적자, 양국 간 교역 규모의 지속적인 축소라는 모습에 변화가 없습니다. 
양국 간 산업협력은 일본의 산업적 절대 우위를 바탕으로 산업간, 수직적 협력이 주를 이뤄왔고 따라서 양국은 오랫동안 서로를 zero-sum게임의 경쟁상대로 인식하여 왔습니다. 한 마디로 양국경제관계는 양적 확대와 질적 변화를 향해 가는 잠재적 가능성을 전연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호 간 경제의 파트너로서의 중요성도 점차 저하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양국은 이제는 단일 경제권을 지향하는 21세기형의 포괄적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모색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양국 경제관계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양국 간 교역관계는 과거 정점에 있었던 때 보다 규모나 내용에서 크게 능가하는 상황을 만들어 가야할 것입니다. 
산업협력의 경우 한국의 발전된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서로를 plus-Sum, 즉 협업(collaboration)의 파트너로 인식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훨씬 고양된 관계로 발전돼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산업수준이나 규모의 발전 정도를 감안할 때 한국의 대기업과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제조 기업 간의 협력이나 일본의 제조업과 한국의 IT기업의 연합 등 협력의 여지는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제가 한 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한국무역협회는 산업분야의 구체적인 협력대상으로서는 AI, 양자컴퓨팅, 바이오 분야, 반도체 분야, 자원․에너지․공급망 분야, 수소산업 분야 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모두 세계 경제를 이끄는 신산업 분야로서 협력의 여지가 매우 크고 양국 모두 win-win할 수 있어 구체적 협력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향한 글로벌 레이스에 양국이 손을 맞잡고 융합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시대적 요구에 공동 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방향으로의 진전은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한․미관계의 증진을 위한 선행 조건으로 한․일 관계의 정상화와 관계 증진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기대에도 부응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한․미․일 협력이라는 두 나라의 안보와 경제의 병행발전을 위한 최선의 국제적 연대를 구축하는 전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방향으로 가는 데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구체적인 협력 분야의 선정이나 방안의 제시가 아니고 제도적 인프라를 갖추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협력분야, 추진방향, 방안은 양국 기업들 간의 긴밀한 협의, 협력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돼 갈 것이기에 이를 가능하게 하는 ‘틀’을 양국 정부는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 제도적 인프라의 골자는 결국 양국 공히 보다 적극적인 시장 개방과 대외협력 과정에 존재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한국이나 일본 공히 이런 방향의 채택이 경제발전에 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양국 모두 개방 과정에서 잃을 시장 보다 새로이 얻을 시장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정 분야에서 부정적 효과가 불가피하게 발생하겠지만 이런 문제점은 국내정책의 조정 등에 의해 해결해 가야할 과제라는 것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중요합니다.

우리 한국은 이미 중국 주도의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경제협정인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에 가입한 데 이어 일본 주도의 CPTTP(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에 적극적으로 가입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오랜 현안인 한․일 FTA 재협상을 병행함으로써 역내 개방적 지역주의 신장의 효과를 최대한 누리도록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동시에 일본 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가 간 이해의 차이, 국내 정책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없을 수 없지만 앞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은 두 나라는 큰 틀에서의 국가 이익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한국의 영향력 있는 경제인이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있는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한․일 경제연합’에 대한 제안을 몇 차례 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 내용은 이 강연에서 제가 이야기하는 내용과 다르지 않습니다.


Ⅳ. 이를 위해 무엇이 선행적으로 필요한가?

한․일 양국이 경제공동체를 형성할 만한 획기적 경제관계의 개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조건으로서 양국 정부,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지도자를 비롯한 양국 국민 모두가 양국 관계를 보는 기본 인식이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첫째는 양국이 각각 가지고 있는 역사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일본은 고대사에 대해, 한국은 근대사에 대해 갖는 콤플렉스가 그것입니다. 상호 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경제를 비롯한 양국관계의 궁극적 개선을 위한 선행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양국은 오랫동안 불구대천의 원수 같은 국가로 지나온 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양국에 모두 상당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1500년이 넘는 긴 시간의 양국 관계는 기본적으로는 호혜와 협력의 역사이며 그 관계가 위협을 받을 정도로 문제가 있었던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역사에 의하면 호혜와 협력의 관계가 지속될 때에는 두 나라가 공히 경제적으로도 번영했고, 반대로 두 나라 사이에 금이 가고 갈등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한국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고, 일본 역시 결과적으로 국가적 위기를 맞았고 경제적 어려움도 면치 못했다.」라고 한국의 저명한 문화사학자 유홍준씨는 그의 저작「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일본편」에서 쓰고 있습니다.

셋째로 양국 경제가 추구해야 할 개혁과제가 본질적으로 공통적이라는 데에 대한 인식입니다. 한․일 양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국제협력의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가치와 이념이 양국의 경제 시스템과 정책, 그리고 기업 활동에 실질적으로 구현될 때에만 양국은 공히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치유하고 발전을 지속해 나갈 수 있습니다. 동시에 양국 경제 관계 역시 이 바탕위에서만 진정한 협력과 진전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양국 모두 이런 원리와 사실상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경제시스템 하에서 경제운용과 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것이 양국 공히 경제의 추가적 발전을 가로 막고 있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사실에 대한 깊은 인식이 필요합니다.

넷째로 양국 정부를 비롯한 지식인 사회의 인식이 먼저 개선되고 나아가 이들이 국민에 대한 교육적 기능을 다 하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 한국 정부와 정치권, 여론 지도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는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 정서니 여론이니 하는 데 매몰되지 말고 우리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과감히 떨쳐 나와 미래를 향해 양국 간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가는데 있어서 우리 한국이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환기시키고 간곡하게 당부하고 설득하는 의지와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어느 측이 됐건 먼저 손을 내미는 측이 이기는 것이다. 우리 한국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결단을 하자. 감정적 반일주의로 국민의식을 오도하고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는 무리들에 의해 포획되고 퇴행적 역사의식으로 진정한 선진화의 길을 포기하는 국민들로 남을 것인가? 한·일 양국 앞에 놓인 상호 번영의 win-win하는 경제적 가능성과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경제공동체의 꿈을 포기하고 이 정도 수준의 경제에 머물 것인가? 선택은 우리들 국민의 몫이다.」라고 말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연구와 저술 등 다각적인 활동을 통해 정부와 국민의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인사들이 한국에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 정부에 이르러 비로소 갈등과 마찰로 점철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화해와 번영의 미래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 시민사회 등의 변화되지 않는 폐쇄성, 국민의식 수준의 미흡 등으로 바람직한 수준의 진전은 이루지 못하고 있은 데다 윤석열 정부의 퇴진과 새 정부의 출범 등 그간의 정치적 혼란과 앞으로 예측불허의 국가적, 국제적 격변기를 감안한다면 장래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일본의 정치, 사회 지도자들께도 상응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감히 말씀드립니다. 일본의 정치․ 사회 지도자들 역시 일본 국민들에게 과거 전체주의, 군국주의 시절, 인간의 양심과 이성이 마비된 상태의 참혹한 전쟁시절에 있었던 불행한 과거사를 오늘의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인 일본인들이 좀 더 솔직히 인정하고 과거의 불행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를 다지고 이를 대외적으로도 천명하도록 설득하고 촉구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Ⅴ. 바람직한 양국 지식인 사회의 인식과 역할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되고 단일 경제권을 지향하는 방향에 양국 정부와 국민이 뜻을 같이하는 경우 양국 앞에는 건강하고 활성화되는 번영하는 경제가 약속될 것입니다.
그런 미래가 보이게 될 때 비로소 우리가 그렇게 소망하는 한․일 해저터널의 건설도 가시권에 들어 올 것입니다. 이에 대한 양국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이 이뤄지고 각 분야의 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친 진지하고 실질적인 논의와 협력의 장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논의와 협력이 다시 양국 간 경제통합의 실질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런 미래를 여는 주체가 누가 돼야 할까요? 일본이나 우리 한국 모두 주요 문제가 있을 때 그 해결을 정부의 역할과 기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정부의 결단과 역할은 최종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결국 국민들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고 이성적이고 합리적 국민의 선택을 유도하는 기능과 역할은 더 이상 정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여기서 우리들 시민사회의 지도자들, 지식인 사회의 지도자들의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바로 여기 모인 우리들 양국의 지식인들, 전문가들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Ⅵ. 마치는 말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터널의 공식 명칭은 해협터널(The Channel Tunnel)이지만 유로터널(The Eurotunnel)이라는 명칭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이 터널이 갖는 유럽통합의 상징적 의미가 반영된 것입니다. 한․일 해저터널이 건설된다면 한국과 일본 간의 교통을 육로로 연결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동북아를 기점으로 아시아와 유럽 그리하여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기 시작하는 상징적 사업으로서 ‘아시아터널’로 호칭될 만한 큰 역사(役事)가 될 것입니다.

물론 이 사업은 엄청난 투자가 소요되는 데 더해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한․일 양국이 불행했던 과거사와 그 여진(餘塵)에서 벗어나오지 못해 가시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실현해 나가는 데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험난한 애로를 극복하고 사상 최대의 이 역사를 이루어낼 수 있다면 한․일 양국의 새로운 시대 뿐 아니라 21세기 세계평화의 비전을 구현하는 상징적인 사업이 될 것입니다.

사실 한일터널에 관한 그 동안의 논의나 연구는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일본 측의 연구는 주로 기술적 측면을 중시했고 비교적 최근까지도 한국 측의 연구는 경제적 타당성 분석에 치중했습니다. 약 15년 전 아직도 제가 책임을 맡고 있는 시장경제연구원이 여기 계신 이용흠 회장이 이끄는 평화터널재단의 위탁을 받아 수행한 「한일터널 건설의 타당성과 추진방향에 관한 연구」는 한일터널논의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자부합니다. 그 연구는 선행 연구들과는 달리 이 프로젝트가 갖는 정치적 특성을 정밀하게 규명하는 동시에 기술․경제적 접근, 정치․외교․안보적 접근 그리고 역사․문화․국민의식적 접근을 채택하여 공학, 지역개발, 경제학, 국제정치학, 일본정치 및 역사, 문화 등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학제(學際)적인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 연구의 주요 결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한일터널의 건설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프로젝트다. 기술적, 경제적 프로젝트로서의 모든 요소를 갖고 있으면서도 국제정치와 역사·문화의 다양한 요소를 포괄하고 있는 복합적 성격의 사업인 동시에 양국 국민의 공감대의 형성과 양국 정치지도자들의 정치적인 결단이 있어야만 추진될 수 있는 사업이다.
둘째, 300여 km에 이르는 장대한 해저터널의 건설이 현대의 토목과 건설 분야의 기술진보에 의하여 기술적으로 가능한 사업이다. 다양한 기술적 대안이 최적노선으로 제시된다. 
셋째, 경제적 타당성에 관해서는 그 타당성 확보에 여전히 문제가 있지만 한․일 FTA의 체결, 동북아 경제통합과 글로벌 교역 확대에 의하여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지속적인 기술개발에 의하여 건설과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비용효과 적 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양국이 경제적 통합이라는 정치적, 경제적 결단을 이룰 때 비로소  이 구상은 실현에 다가갈 수 있음을 이미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나폴레옹 시대부터 영국과 유럽대륙을 있는 해저터널 건설 구상이 존재했지만 논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가 대처 수상과 미테랑  대통령이라고 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걸출한 정치지도자의 전격적 결단과 합의에 의해 그 구상이 유로터널로 실현되고 오늘에 이르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양국에도 그런 그릇 큰 정치지도자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런 지도자 하루아침에 나올 수는 없습니다. 그런 지도자의 출현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국민의식의 진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국민의식을 개선해 나가는 데는 지식인 사회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기 모인 양국의 지식인, 전문가 바로 우리들입니다.

「아시아[한일]해협 터널실현 큐슈 연락협의회」의 그간의 활동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앞으로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저의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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