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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문 ]
외환위기가 구체화되기 직전인 97년 11월 19일 필자는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났다. 이미 세 차례에 걸쳐 김영삼 대통령께 제출해 놓고 있던 사직원이 수리되었기 때문이다.
퇴임 후 공직기간 중 필자가 한국경제에 대해 이를 구조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대응방향을 제시한 내용을
담은 각종의 강연이나 언론에의 기고문 등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하나의 책자로 엮어 보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퇴임 직후부터 외환위기와 관련하여 국가차원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어 왔고 초기의 언론과 여론의
집중적인 성토, 감사원의 특감, 검찰에의 형사소추와 거의 역사상 기록이 될 27회에 걸친 1심 재판,
청문회 등을 거치느라고 시간적으로 또한 정신적으로 여유를 갖지 못하다가 이제야 이를 마무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직 퇴임 후 시간이 많이 지나서 공직기간 중의 생각을 담은 자료를 정리한다는 당초 생각에 대하여
다소 망설임도 있었으나 늦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필자가 공직기간 중에 갖고
있던 경제에 대한 사고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고 싶은 개인적 욕구가 제일 크지만 기록문화가 정립되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기록의 정리는 개인적 의미 이상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경제의 누적된 구조적 문제점이 외환위기 이후 집중적으로 노출되면서 IMF 체제하에서 정부가
취하고 있는 주요한 경제구조의 조정방향과 정책수단들을 그 훨씬 이전 필자가 생각했던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점 및 대응방향과 비교, 분석해 보는 것은 역사를 위해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30여년 간 경제관료로 생활하는 가운데 우리경제의 문제를 보다 구조적인 시각에서 접근하여 '구조적
시각에서 보는 한국경제'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공직기간 중 정립할 수 있었던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또 이것은 필자가 공직생활 가운데 경제문제를 주로 구조적 측면에서 다룰 수 있는 직책을 여러 차례
맡을 수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경제기획원의 물가정책국장, 경제기획국장, 차관보를 거치면서 우리경제의 문제점을 구조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특히 3년에 걸친 최장수 물가정책국장을 지나면서 이 강연집의 key word가 되는 '시장'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당시 역사상 가장 안정된 물가수준이 계속됨으로써 그렇지
않으면 어림도 없었을 시간적 여유를 소비자문제의 해명과 소비자정책의 방향수립에 쏟을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대외경제조정실장으로 재임하던 90년대 초는 UR, EC통합문제, 동서독 통합, 소련의 해체와 이를
포함한 동구권의 시장경제로의 전환, 남북한 교류협력의 가능성 대두 등 온갖 국제적 경제이슈가 한꺼번에
터지던 기간이었다. 한국경제의 국제화추진본부장으로 스스로 자처하면서 필자는 현안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동분서주하는 가운데서도 국제화의 과제를 우리경제의 본질적 문제와 깊이 연결시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환경부 차관을 거쳐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초기에 한국소비자보호원장을 맡으면서 물가정책국장 때
시작한 소비자문제의 규명과 소비자정책의 발전에 몰두할 수 있었다. 당시 차분하게 소비자문제를 중심으로
우리경제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졌으며 이때 소비자중심의 경제구조의 구축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경쟁구조의 정립도 국제화도 불가능하고 이런 구조하에서는 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고 보는
필자의 특이한 경제관이 정립되는 계기가 되었다.
장관급으로 격상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첫 위원장이 된 것은 이러한 필자의 생각을 각료수준에서 정책에
번영하고 타부처의 정책 중 비경쟁적, 비소비자 중심적 제도와 관행 및 정책에 대하여는 경쟁정책 주무장관으로서
적절한 수정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이었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필자가 96년 중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을 상호지급보증의 전면폐지, 대기업간내부거래 규제 강화, 결합재무제표의 작성 추진 등 대기업,
즉 재벌에 대한 정책분야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상 이 기간 중 필자의 최대의 관심사항은 어떻게
하면 공공부문의 비경쟁적 요소를 줄일 것인가에 있었다.
마지막 직책인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재임시에는 경제운영 전반에 대하여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각료들과
수시로 토론하면서 경제의 단기운용에 더하여 경제의 구조조정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당시 매우
취약한 정치적 리더십 가운데에서도 경제문제는 경제원칙에 맞게 그리고 정부나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될
수 있는 경제의 구조개혁, 즉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조건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했었다.
이상의 과정을 거치면서 정립된 우리경제를 구조적 시각에서 보는 필자의 사고는 대강 다음과 같은 것이다.
"우리사회를 경쟁적 구조로 바꾸지 않고는 우리경제의 경쟁력이 생겨나지
않는다. '경쟁력은 오로지 경쟁적 구조에서만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의 요소가
시장경제의 가장 본질적 요소인 동시에 시장경제체제를 경쟁력 있는 경제체제로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시장경제로의 이행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 지향적인 경제사회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우리의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소비자 중심의 제도와 관행을 빠른 시일 내에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합리적이고 무한한 선택권을 행사하고 이러한 선택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기업경영,
경제운영을 불가피하게 하는 제도, 사고 내지 사상을 '소비자주의'라고 정의하며 이러한 소비자주의가
자리잡혀야 한다.
그리고 경쟁적 경제구조와 소비자 중심적 경제구조는 상호 표리의 관계에 있다. 어느 한 쪽의 성립
없이 다른 한 쪽의 성립은 불가능하다. 최근에 와서 경쟁촉진의 필요성에 대체로 동감하는 많은 사람들도
소비자 중심적 구조의 의미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화와 관련해서는 외부경쟁의 도입이라는 측면에서 국제화가 갖는 의미에 주목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의 추진은 불가능하다. 또한 국제화 역시 경쟁촉진과 소비자 중심적 사고와 표리의 관계에 있다.
국제화와 소비자주의와의 관계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국제화가 제대로 안 되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경제의 문제를 소비자 중심적으로 보지 않는 사고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경제의 장기적인 경쟁력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어야 생겨날 수 있으며 이 바탕이
서면 경쟁력은 저절로 생겨난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시장으로의 귀환'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경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해 우선 믿음을 가져야 하며 시장의 힘이 작동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 같이 경쟁촉진, 소비자중심, 국제화의 세 요소는 상호 연결되어 있고 표리의 관계에
있기에 이를 굳이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무의미한 것 같지만 편의상 이 각 요소를 중점으로 하는
내용들로 구분하여 모아 보았다.
당초 정부에 재직하는 기간 동안에 행한 것들만 포함시키려 하였으나 퇴임 직후 벌어진 외환위기와 이와
관련한 필자의 입장이 공직 중에 필자가 행한 강연이나 기고문 등에서 이미 언급된 필자의 생각과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기에 제일 앞에 외환위기 발생 초기에 필자의 생각을 발표한 내용을 제1부에 먼저 소개하기로
했다.
정부에 있을 때 이외에도 많은 강연과 기고를 했으나 이 책자의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는 환경문제
등은 지면의 제약으로 제외했다.
여기에 실린 강연은 필자가 직접 메모를 중심으로 행한 강연을 녹취한 것이어서 당시의 청중, 상황,
분위기를 떠나서는 충분히 이해되기 어려운 점이 있으며 일부 중복된 내용이 많은 것도 강연의 성격상
이해되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주제별로 정리하다 보니 시간적으로는 매우 오래 전의 것이 많았다. 그러나 오랜 전에 행해졌던
강연의 내용이나 글들이라도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가 오늘의 시점에서도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의 경과에 관계없이 그대로 싣기로 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위하여 각 부의 앞에 오늘의 시점에서 부여할 수 있는 의미를 간략하게 서술했고 제목별로는
당시의 강연이나 집필의 배경을 간단하게 밝혔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원고를 정리해 주고 많은 조언을 해준 와이즈 디베이스의 강태진 박사, 와이즈에서
여러모로 필자를 도와주었고 녹취된 강연내용을 정리해 준 최명주 양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이
책은 빛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이외에도 마지막으로 전 원고를 읽고 고마운 조언을 해준 Korea
Money의 김상우 기자, 소비자부문에 적절한 조언을 해준 금감원의 소비자문제 전문가 송태회 박사,
경쟁부문과 국제화부문에 좋은 조언을 해준 공정위의 주순식 박사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30년 공직생활 중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한결같은 반려자이었고 최근 필자가 수감생활을
하는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에 항상 필자에게 용기를 잃지 않도록 격려해 주고 그 기간 늙으신 노모를
모시느라 고생한 사랑하는 아내와 이 정도라도 컴퓨터를 다룰 수 있도록 가정교사 노릇을 단단히 해준
사랑하는 딸에 대한 고마움을 깊이 느끼며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그리고 쾌히 출판을 맡아 주신 오롬사의 이호열 사장께도 감사한 마음을 밝힌다.
이 지면을 빌어 그간 매우 어려웠던 기간에 필자에게 끊임없는 격려를 보내 주시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던 수많은 선배, 친지, 동료 여러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아울러 드린다.
1999년 11월 김 인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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