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프로필   [ I ] 8. 우리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개편방향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최고위과정 초청강연 (공정거래위원장 재임시 : 1996년 9월 25일) 오늘 講演의 제목을 보면 우리 經濟의 어려운 문제가 금방 해결될 것 처럼 보일지 모르겠으나 사실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즈음 우리 경제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분들은 診斷에서부터 處方에 이르기까지 百家爭鳴式의 여러가지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인데 그 어려움의 본질에 대해서 경제란 어려웠다 좋았다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景氣循環論的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우리 경제는 構造的인 데에 問題가 있기 때문에 보다 본질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는 構造論的 시각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構造的인 問題의 本質이 무엇이냐 하는 점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우리 경제가 단순히 순환적인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資本主義 經濟라는 것은 항상 경제가 좋았다 나빴다 하는데 이것을 景氣의 循環이라고 경제학에서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경기의 순환과정은 短期的인 형태로도 나타나고, 中期的 성격을 갖고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한 40∼50년에 걸쳐서 長期的인 현상으로도 나타나는데 이러한 순환적 과정으로만 보기에는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단순하지가 않고 문제의 심각성이 상당히 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소위 高費用, 低效率構造라는 얘기가 유행어가 되어 있다시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고비용, 저효율구조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고비용, 저효율구조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結果로 나타난 현상이지 問題의 本質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령 경제를 운영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나 혹은 기업경영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비용이 높은 것을 택할 사람이 누가 있으며 또 효율이 낮은 것을 원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고비용을 피하고 싶고 또 저효율을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문제는 왜 그러한 고비용, 저효율이 생기느냐 하는 것인데 이러한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좀더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시각에서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부분적으로는 일부 논의가 되었던 것입니다만 이제는 우리 經濟의 構造的인 問題點에 대해서 構造的인 시각에서 接近해야 될 때가 됐다 하는 뜻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오늘 강연의 요지입니다. 여러분들께 이미 오늘 강연의 참고자료를 나누어 드렸습니다만 저는 자료의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말씀드리고, 관심있는 분은 나중에 한번 읽어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高費用, 低效率構造와 관련해서 제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公正去來制度의 本質에 대해서 상당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이 제도를 보다 補完, 强化하려고 하는 法改正작업을 추진 중에 있는데, 최근에 와서 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아주 어려운 입장에 있습니다. 모 신문에서는 요즈음 공정거래위원회가 四面楚歌에 놓여있다고 하고 있고, 어느 잡지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던 법개정안이 솜방망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기사를 쓴 적도 있습니다. 법개정과 관련하여 한쪽에서는 잘 나가다가 왜 그렇게 약해지느냐 하는 비난을 듣는가 하면, 또 다른 쪽에서는 그것도 너무 강하니까 더 약화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요구도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에 우리 경제가 좀 어렵다고 하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거래제도를 더욱 강화해서 기업에게 부담을 늘려주는 노력을 이 시점에서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문제도 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기업하시는 분들 또는 우리 경제제도를 종합적으로 보는 시각을 갖고 계신 분들은 아마도 公正去來制度에 대해서 한번쯤은 생각을 해 보셨으리라고 봅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려고 하는 주제, 즉 構造論的 觀點에서 본 우리經濟의 問題點 및 改善方向과 관련이 됩니다만 우리 나라의 공정거래제도에 대해서 제기되고 있는 의문점 몇 가지를 먼저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공정거래제도가 기업만을 규제하는 제도인가, 바꾸어 말하면 政府는 과연 公正한가, 정부는 과연 競爭을 促進하는 制度와 政策을 운영하고 있는가, 정부 스스로는 불공정하면서 기업에 대해서만 공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강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두번째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이 제정, 시행된지 약 15년이 됐는데 이렇게 15년동안 공정거래제도를 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獨寡占的 市場構造가 개선되는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정거래제도는 있으나마나한 제도가 아니냐, 이런 비판이 한쪽에서 제기됩니다. 세번째로는 공정거래위원장을 포함하여 공정거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분히 社會衡平論者 같다. 요즈음 기업하기가 어려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能率을 중시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이 크는 것을 억제하고 중소기업은 보호, 육성하려고 하는 형태로 다분히 사회형평을 추구하는 기관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적절하냐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네번째로는 저희 공정거래법 체계 안에는 여러분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다른 나라의 공정거래제도에는 없는 소위 財閥政策이란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알기 쉽게 재벌정책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정확이 얘기하면 大企業集團에 관한 政策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구조가 독특하기 때문에, 즉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재벌은 영어로도 그냥 財閥(chaebol)이라고 쓰면 기업 경영을 하는 사람들은 다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구조가 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법률상 용어도 아닙니다만 편의를 위해서 재벌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쨋든 재벌정책을 쓰고 있는데, 이것은 공정거래제도의 본질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제도가 아니냐, 공정거래제도는 기업이 크건 작건간에 경쟁을 잘 하지 않을 때, 혹은 불공정한 경제행위를 할 때, 혹은 독과점적 시장지위를 가지고 있을 때 규제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데 단순히 기업이 크다든가, 또는 기업집단이 계열기업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든가 하는 사실에 대해서 왜 귀찮게 간섭을 하느냐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주로 大企業을 경영하는 분들이 제기하는 문제입니다. 다섯번째로는 지금 경제가 어려운데 무엇 때문에 공정거래제도를 강화해서 기업의 부담을 크게하는 것이냐 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공정거래제도는 경제의 기본적인 질서를 잡는 秩序法的 性格을 갖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본질적으로 규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겠지만 정부가 요즈음 規制緩和한다, 규제를 줄인다 하면서 한편으로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서 規制를 더욱 强化하는 것은 二律背反的인 것이 아니냐 라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제가 공정거래제도를 운영해 보면서 밖으로부터 제기되고 있고, 또 저 스스로 우리 제도가 과연 완벽한 제도인가 라는 심각한 고민을 하면서 느끼고 있는 문제점은 이처럼 대여섯 가지로 요약이 됩니다. 公正去來制度의 本質에 대한 이러한 논점은 오늘 강연의 주제인 우리나라 경제의 競爭力問題의 本質이 무엇이냐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만, 우선은 문제제기만 하고 이에 대한 저의 견해는 나중에 결론부분에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경제의 高費用 低效率構造의 本質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말해서 競爭力이 떨어진다,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競爭力을 어떻게 하면 回復시킬 수 있으며,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요즈음 언론은 언론대로, 관변에 있는 사람은 관변에 있는 사람대로, 학자는 학자대로 나름대로의 의견을 많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비교적 문제를 단순하게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간단히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우리 경제는 競爭的 構造가 정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는 것이라고 단순화 해보고 싶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 經濟가 처해 있는 狀況에 대한 認識, 그리고 우리 경제가 지금까지 어떻게 걸어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가야할 것이냐 하는 방향으로 연결시켜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제가 나누어드린 자료 1페이지를 잠깐 인용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의 경제환경은 급속히 빠른속도로 변화되고 있는데 이 變化가 주는 意味는 무엇이고 示唆點은 무엇일까요? 첫번째로 세계경제는 이제 國境이 없는 經濟(Borderless Economy)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구권의 세계경제로의 편입이라든가, WTO체제의 성립이라든가 또 과거에는 별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던 아시아권의 몇몇 나라들이 세계경제권으로 편입되고 있는 것이라든가 이런 전반적인 현상은 경제적 국경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초래되는 결과를 어떤 학자는 '大競爭 時代의 到來'(Mega-Competition Age)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前世紀 末葉부터 최근까지 약 100년간 자본주의 체제내에서 국경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경쟁과는 전혀 양상을 달리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두번째로는 情報化의 물결이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화의 물결은 각국의 經濟運營方式을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정보화의 물결은 개별시장에서의 技術革新을 촉진하고 또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을 단축시켜 시장의 형태를 과거의 공급자중심적 시장으로부터 需要者中心的 市場으로 바꾸어놓고 있습니다. 공급자 중심적 시장에서 수요자 내지는 消費者中心的 市場構造로 바뀌는 것은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정책 당국자나 기업경영을 하는 분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장구조의 변화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그렇다면 정보통신이 발달하면 왜 수요자중심적 시장구조로 바뀌게 되는 것일까요. 시장구조를 공급자중심적으로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공급자와 소비자간에 있어서의 情報의 非對稱입니다. 즉 전통적인 과거의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생산자보다도 훨씬 정보취득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었는데 정보화의 물결은 그러한 소비자가 갖는 취약점을 완벽하게 해결해 주기 때문입니다. 세번째로 나타나는 현상은 자본, 노동등 종래의 생산요소보다 知識, 情報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知慧의 가치가 지배적 가치로 자리잡게 되는 경제구조로 바뀌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되는 경제사회는 과거의 공업사회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서는 안되고 전혀 패러다임이 다른 새로운 형태의 사회가 전개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日本의 어떤 學者는 이러한 사회의 모습을 知價社會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경제환경변화의 특징은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들께서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들어보셨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최근에 삼성경제연구소가 2005년의 경영환경을 전망하면서 21세기의 경영환경의 흐름을 읽는 키워드 다섯 가지를 제시했습니다만 그 중에 세 가지는 제가 얘기한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 같습니다. 첫째는 國際化, 둘째는 情報化, 셋째는 創知化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創知化란 용어는 생소한 용어입니다만 知識 創造가 앞으로 기업의 競爭力을 결정하는 核心的인 要素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화이트칼라와 불루칼라 보다도 골드칼라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집니다. 즉 기업경영에 있어서 創造的 少數의 役割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지고 이 창조적 소수를 어떻게 확보하고 육성하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 企業經營의 成敗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 다음 네번째로는 소위 複合化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단일기업만 가지고는 안되고 기업이 갖는 連繫性 혹은 企業間의 提携, 이런 것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다섯번째로 相生化를 들고 있습니다. 이것도 생소한 용어입니다만, 앞으로는 어떤 기업이 자신이 이기기 위해서 남을 죽이는 게임보다는 나도 살고 남도 살 수 있는 형태의 기업경영이 되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社會的 價値와 調和되는 기업경영을 해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서 과거에는 敎育, 醫療, 文化 같은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고, 기업은 열심히 장사해서 수입만 잘 올리면 된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사회적 가치인 교육, 문화, 의료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기업이 일정한 역할을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環境問題에 있어서는 이것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요즈음 대기업들 혹은 주요 기업들이 環境廣告를 위해서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하고있는 것을 봅니다. 우리는 환경을 사랑하는 기업이다, 환경친화적 기업이다 라고 홍보를 하거나 또는 아무 상품광고도 하지 않고 신문의 전면을 빌어서 환경을 강조하는 광고를 내기도 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바로 기업이 社會的 要求에 부응하는 기업활동을 하지 아니하면 기업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기업의 나빠진 이미지는 그 기업이 생산하는 개별 상품의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 같습니다. 이처럼 時代的 變化가 이미 와 있고 앞으로 그러한 변화의 양상은 더욱 심화될 것인데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정부당국이나 우리나라의 기업은 과연 적절히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물론 대응을 하겠지요. 정부도 이러한 문제의 흐름을 정확히 알고 있고 기업들도 이러한 현상에 대해 충분히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데 여기에 대응하는 정부나 기업의 노력은 매우 느리다는 것입니다. 즉 시대변화는 음악에서 이야기하는 알레그로로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문제인식이라든가 대응노력은 매우 느린 아다지오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여건 또는 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여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나 기업은 과거에 우리를 성공시켜 주었던 成功的 體驗으로부터 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불과 30년 사이에 다른 나라가 100년 이상 걸려서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이룩하였습니다. 오늘의 한국경제는 과거 30년간 매우 成功的인 經濟運營方式, 政府의 의욕적인 經濟政策과 目標의 追求, 또 企業人들의 企業擴張 意慾, 그리고 정부의 정책에 잘 따르는 기업에 대한 政府의 支援과 保護, 또 정부가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데 있어서 필요하다면 시장경제의 원리를 다소 훼손하고 시장계획적인 방식에 의해서라도 목표는 달성되어야 된다 라고 생각하고 이를 추구해 왔는데 다행스럽게도 그것은 대부분 성공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과거에 성공을 보장해 주었던 요인들이 변화되는 세계경제 여건과 21세기에 전개될 기업경영 환경하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과거의 방식은 오늘날의 경제여건과 앞으로의 경제환경에는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에 우리에게 성공을 보장해 주었던 신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빨리 깨닫고 이 신화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제가 지난 8월 26일자 동아일보에 글을 하나 썼습니다. 보통 정부의 現職에 있는 사람은 글을 잘 안 쓰는 법인데, 동아일보에서 현직자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칼럼을 만들었다고 하면서 부탁을 하길래 모처럼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제목은 '成功神話로부터의 脫出'로 붙였습니다만 요지는 과거에 우리에게 성공을 보장해 주었던 신화로부터 정부나 기업이 빨리 탈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의 앞날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면서 제가 예로 들었던 日本 海軍의 이야기를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日本 海軍은 러일전쟁중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섬멸하는 전과를 올리게 됩니다만 그때부터 일본 해군에서는 큰 전함에다가 엄청난 포를 장착하고 적 함대와 大海에서 艦隊決戰을 통해서 승패를 결정짓는다는 大艦巨砲主義 戰略이 확립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대함거포주의 전략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계속 해군의 지도층에 자리잡게 됩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2차세계대전에서는 해전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과거에 없던 잠수함과 항공모함이 출현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런 쪽에 관심이 있고 눈을 뜬 사람들은 해군의 주요 위치에 올라가지 못합니다. 과거 러일전쟁 당시의 생각만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해군을 좌지우지하는 중요 포스트를 계속 차지하는 상황에서 일본은 미국과의 太平洋戰爭에서 엄청난 참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즉 일본해군은 미국과의 태평양전쟁에서도 대함거포에 의한 함대결전 전략에 집착하다가 1942년 미드웨이 해전에서 참패를 당함으로써 2차대전 전세역전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순간 日本海軍의 成功神話는 무너지게 됩니다. 로마가 1,200년 이상의 번영을 구가했던 것은 어떤 개인의 영향에 의해서가 아니고 시스템으로서의 로마가 周邊環境의 變化에 柔軟하게 對應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로마는 특히 초기 단계에 있어서는 매우 훌륭했던 指導者, 공적 성실성이 투철했던 지도자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런 요인보다는 制度의 確立을 통해서 발전해 왔다고 분석을 합니다. 즉 로마는 개인보다는 시스템에 의해 성공했으며, 일단 성공한 후에도 끊임없는 自己改革을 통해 시대여건의 변화를 수용하여 시스템을 계속 변화시킴으로써 대제국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로마의 예를 볼 때 어떤 국가나, 어떤 조직이나, 어떤 시스템이나, 어떤 개인이나, 어떤 기업도 과거에 자기가 성공했던 성공체험으로부터 과감하게 벗어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발전은 어렵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반성을 해 보아야 될 過去의 成功神話는 무엇일까요. 첫번째는 政府의 役割에 관한 사항이고, 두번째는 이러한 역할을 뒷받침하기 위한 政府의 組織과 機能입니다. 그리고 세번째로는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大企業構造, 즉 우리나라 부가가치의 약 40%, 그리고 우리나라의 고용의 상당수준, 또 우리나라 유통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구조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네번째는 과거 政府와 企業間의 關係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하여 앞으로 바람직한 정부와 기업간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될 것이냐 하는 문제로 생각이 되어집니다. 우선 政府의 問題부터 생각을 해 봅시다. 정부에 있는 사람들은 흔히 경제문제가 어려워지면 기업쪽에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기업을 경영하시는 분들은 경제가 조금만 어려워져도 정부는 뭐하고 있느냐, 빨리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 아니냐라고 하면서 성급하게 경제팀을 바꿔야 된다는 주장을 쉽게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러한 논의를 기업에서 일으킬 경우 경제팀이 바뀌지 않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에도 경제팀이 교체되었습니다만 경제가 어려울 때 경제팀을 바꾸어서 좋아질 수만 있다면 하루에 한번씩이라도 바꾸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특정시점의 경제문제가 경제팀 바꾸어가지고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인지, 또 그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기업은 과연 자기반성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정부는 기업을 비판하고, 기업은 정부를 비판하고 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政府는 스스로의 問題點을 정확히 直視하고 이것을 解決하려는 努力을 해야 될 것이고, 企業 또한 스스로에 대한 反省을 먼저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의 정부는 우리나라가 과거 30년간 거의 8% 가까운 성장을 해왔던 성공신화로부터 탈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高度成長에 대한 執着이 아주 강합니다. 저는 정부의 경제장관들간의 모임에서 공개적으로 여러번 이 문제를 제기했었습니다만 최근 정부에서도 이제는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어렵지 않느냐 하는 쪽으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주요 연구소에서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과거 7%대로부터 이제는 6%대로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정부가 경제가 어려우니까 이것을 합리화시키려고 그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저는 우리나라가 이제 과거와 같은 7∼8%대의 고도성장을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은 이미 지나갔다 라는데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량적인 방법에 의해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계산해 보니까 7%보다 조금 낮게 나온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만 저는 그러한 계량적인 계산방식이 아니더라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가 과거와 같은 高度成長에 집착하다가는 國際收支의 赤字도 메울 방법이 없고 物價도 안정시킬 방법이 없으며, 또 勞動問題와 같이 요소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해결해 나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人體에 비유한다면 체중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될 때가 되었다 라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최근 두어달 동안에 체중을 줄이는 노력을 해왔습니다만 저를 개인적으로 잘 아는 분들이나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보니까 요즈음 얼굴이 안 된 것 같다, 업무에 시달려서 그런지 얼굴이 형편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업무에 시달려서 얼굴이 마른 게 아니고 체중을 두어달 동안에 3∼4㎏정도 줄였기 때문입니다. 체중을 줄이다 보니까 자연히 얼굴도 조금 수척해져서 남들이 보기에는 별로 안 좋지만 당사자인 저는 체중이 무거울 때에 비해서 아주 쾌적하고 기분도 매우 상쾌합니다. 등산을 해도 별로 힘든 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남들이 보기에는 조금 초라해 보이는 것이지요. 經濟問題도 기본적으로는 같다고 생각됩니다. 成長이 엄청나게 잘 될 때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좋지만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축적이 되게 마련이지요. 특히 나이들어서 생기는 성인병의 대부분은 상당 부분이 과체중과 관계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심장이라든가 관절이라든가, 혈압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대부분 다 체중하고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체중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運動을 많이 하거나 食事量를 줄이거나 또는 이 두 가지를 같이 하거나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해 보니까 운동을 많이 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진짜 어려운 것은 먹는 것을 줄이는 것입니다. 특히 식성이 좋은 사람이 먹고 싶은 것을 줄인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입니다. 제 경우도 식성이 무척 좋아서 음식을 보면 항상 바닥이 날 때까지 먹는 습관이 있습니다만 이러한 식성을 바꾸려고 하니까 이게 무척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하지않고 운동만 조금 더 한다고 체중이 줄지는 않습니다. 줄이려면 식사조절을 해야 되는 것이지요. 여기서 오는 고통은 해 보신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저는 經濟도 기본적으로는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高成長 體質이 굳어져 있는데 이것은 정부나 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은 過剩投資라고 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만 고성장 체질을 바꾸는 데에는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이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과거에 추구해왔던 성장패턴을 생각해 볼 때 그것이 과연 제대로 된 성장이었느냐에 대해서도 반성을 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바탕위에서 앞으로 전개되는 세계경제의 여건과 시장상황이 과거에 우리에게 성공을 보장해 주었던 여건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도 충분히 인식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그간 우리가 이룩했던 경제성장에 있어서의 많은 문제점, 즉 安全을 고려하지 않았던 데에서 파생된 여러가지 문제, 또는 環境的인 部分을 도외시한 성장, 質的인 部分을 무시한 성장은 앞으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또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세계경제의 여건변화 등을 고려해볼 때 이제는 성장문제에 대해서 기본적인 생각을 바꾸어야 될 시점에 와 있다고 봅니다. 두번째로 政府의 機能에 관한 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이 문제는 단적으로 얘기해서 요즈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政府規制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정부규제를 이해하려면 정부가 과거에 어떤 식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고 왔느냐 하는 經濟運營方式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과거 우리 정부의 경제운영방식을 보면 우선 어떤 政策目標를 설정합니다. 巨視的인 政策目標를 설정하는 것이지요. 成長은 어느정도 해야 되고, 국제수지는 어느 수준에서 막아야 되고, 物價는 몇 %선에서 억제되야 한다는 식입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이러한 목표수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産業政策的 努力이 필요한지를 결정한 후 財政, 金融을 위시해서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資源을 집중적으로 支援합니다. 또 이러한 정부의 시책을 잘 따라주는 기업에 대해서는 각종의 혜택과 保護를 베풉니다. 한편 특정산업에 대한 지원과 보호에는 반드시 規制와 統制가 따르게 됩니다. 세상에는 절대로 공짜가 없는 법이니까요. 우리나라의 경제법령들이 대부분 지원과 규제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政府主導型의 産業政策이 온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정부가 과거와 같은 형태의 지원을 기업에 해 줄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습니다. 과거에 정부가 사용해왔던 재정, 금융 혹은 산업정책적인 여러가지 지원수단은 그 어느 하나도 이제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WTO 체제가 형성되면서 정부가 특정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補助金禁止協定에 위반되게 되어 通商摩擦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또 정부의 지원은 산업 및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 自生的인 競爭力을 오히려 약화시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어찌되었든 이제는 어느 하나도 정부가 임의로 할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제 정부는 규제만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되어버렸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規制를 緩和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규제를 완화하려는 경향 및 이에대한 정책적인 노력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日本, 최근 규제완화로 가장 성공한 케이스인 뉴질랜드, 이른바 '英國病' 치유를 위해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英國등 주요선진국들은 저마다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세계에서 기업활동 하기가 가장 자유스럽고 경제에 대한 정부의 관여가 가장 적은 美國조차도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시장경제의 원리에 기초한 경제운영을 하고 있는 나라라고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은 경기가 나쁘다고 해서 정부당국자중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경제가 좀 나쁘니까 경제부총리 책임져라, 어느 부처장관 퇴임하라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굳이 얘기한다면 대통령 經濟諮問會議 議長, 聯邦準備理事會의 議長, 財務長官, 그리고 豫算長官등 4명 정도가 정부의 경제정책 기능을 쉐어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불경기의 책임을 지우는 일은 없습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처럼 경제가 조금 하강할 때마다 경제팀 바꾸라고 한다면 미국은 하루도 견디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에는 어느 누구도 그런 요구를 하지도 않고 또 책임을 질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책임질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제는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저절로 굴러가는 것이고 따라서 정부가 할 일은 다른 데 있지 경제가 잘 되냐 안 되냐 하는 것을 직접 책임질 일은 아니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미국에서도 규제문제에 대해서는 최근에 아주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어떤 經濟硏究所의 정밀한 분석에 의할 것 같으면 미국에 있어서 規制費用, 즉 쓸데없는 규제때문에 미국 국민들이나 기업이 부담하고 있는 것을 환산해 보니까 미국 예산규모의 약 47% 정도가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금년도 예산규모가 약 1조 5천억달러이니까 규제비용은 약 7천억∼8천억 달러 정도가 된다는 계산입니다. 日本은 말할 필요도 없이 규제를 줄여야 된다는 논의가 매우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최근까지도 정부 차원에서는 經濟構造에 問題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데 상당히 인색했었습니다. 오마이 겐이찌(大前硏一)라든가 사까이야 다이이찌(堺屋太一)와 같은 일본의 유수한 학자들 혹은 비평가들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일본의 경제사회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었습니다. 과거 30년간 평균 6.5% 이상의 고도성장을 해온 일본경제는 90년대에 들어오면서 부터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데 거의 제로성장상태가 한 5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景氣循環的인 問題가 아니고 經濟社會 構造에 本質的인 問題가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일본경제는 앞으로 계속 발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사까이야 다이이찌같은 사람은 약 15년전부터 일본에는 거품경기가 분명히 생길 것이며,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거품경기는 붕괴될 것이라고 예견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이것을 인정하는데 매우 인색하다가 최근에 와서야 정부의 公式文書인 經濟白書를 통해서 겨우 인정하는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하시모토 총리는 일본 정부 스스로가 개혁되어야 된다는 생각을 굳히고 22∼23개 성, 청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정부기구를 14개 정도로 축소하려는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과거 일본경제의 성공을 주도했던 通産省과 大藏省을 아예 이름부터 없애버리려는 계획이 들어 있는데 이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일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우리나라는 그동안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선 후 規制改革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업하는 분들은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정부의 노력으로 불필요한 규제가 없어지고 있긴 하지만 새로운 규제도 많이 창설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정부규제의 내용을 보면 불필요한 節次라든지 과도한 書類提出과 같은 규제도 있습니다만 보다 본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규제는 競爭을 制限하는 規制입니다. 어느 산업에는 누구만 들어가고 누구누구는 들어가지 마라, 또 들어가더라도 활동은 어느범위까지만 하라, 시설장비를 들여올 때에는 이러이러한 제약을 받아라, 사업할 때 지역별로 이러이러한 범위를 정해 줄테니 그 안에서만 해라, 이렇게 進入을 制限하거나 事業活動을 干涉하는 규제가 가장 本質的인 規制입니다. 저는 경쟁촉진이라고 하는 시각에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規制中心的 制度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점, 그리고 이러한 규제를 손쉽게 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 政府의 組織構造에 대해서 심각한 반성을 해야 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는 우리나라 大企業構造의 有效性에 관한 사항입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大企業中心的 經濟構造, 이것은 반드시 비판적으로 볼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우리나라 경제가 현재의 수준까지 발전한 데에는 大企業의 役割이 절대적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주요 품목, 半導體라든지 造船이라든지 鐵鋼이라든지 自動車라든지 石油化學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우리나라가 갖는 대기업 구조, 즉 오너의 강력한 리더쉽, 위험분산을 기할 수 있는 경영구조하에서 성장가능했던 산업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구조가 갖는 문제점이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점에 대해서는 저 자신도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또 정부에서도 비단 공정거래정책 뿐만이 아니라 조세정책이라든지 혹은 요즈음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기업투명성 정책들을 통해서 여기에 대한 다양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현상을 보고 분석을 할 때에는 客觀的인 시각을 갖고 있는 外國의 言論이라든지 양심적인 학자들의 견해를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국 사람들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의 대기업 중심적 경제구조는 어떤 모습일까요. 작년 6월 3일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紙(The Economist)는 한국경제에 대한 개관(A Survey of South Korea)이라는 제목하에 우리나라 경제를 상당히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에 대해 주로 企業 運營形態에 주목을 해서 프랑켄슈타인 이코노미(Frankenstein Economy)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괴물경제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經濟에 대한 國家介入의 傳統과 集中化된 産業政策의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박정희대통령 모델이라고 표현되는, 정부가 경제에 깊이 관여하는 형태에서 초래되었고, 정부가 고도성장의 신화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기업들은 投資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愼重한 決定이란 찾아볼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로지 정부가 규제할 때에만 投資를 自制한다는 것이지요. 최근에 정부가 통신사업자 선정을 했습니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이코노미스트紙의 지적이 옳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의 기업다운 기업중에서 신청을 하지 않은 기업이 거의 없습니다. 사업을 하고는 싶은데 財源이 없다든지 技術의 문제가 있어서 곤란하다든지 하는 식으로 투자를 자제하는 흔적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신청을 한 대기업들은 나를 선정만 해 주면 어떻게 해서든 해보겠다는 투자패턴을 보입니다. 이것은 비단 이번 통신사업뿐만이 아니고 새로운 투자기회가 있을 때 마다 예외없이 나타나는 형태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을 보면 內部去來를 통해서 이른바 限界企業이 유지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계열기업간에 서로 봐주기를 하다보니까 정상적 시장구조에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한계기업들도 계속 시장에서 살아남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오히려 같은 계열에 속하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보다도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系列企業間의 內部去來率이 약 25% 정도됩니다. 다시 말하면 대기업군의 계열기업은 25%의 시장을 확보하고 들어가는 겁니다. 그러니까 가령 백지상태에서 출발하는 정상적인 기업하고 비교하면 400m 경주를 하는데 100m 정도 앞에서 출발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 경우 競技의 勝敗는 不問可知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구조하에서 과연 個別企業의 競爭力이 살아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시너지 효과라는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개별기업 단위의 경쟁력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또 계열기업들은 債務保證制度를 통해서 서로간에 빚보증을 해주고 있는데 경제가 불황에 휩싸이게 된다든지 할 경우에는 連鎖倒産의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데 금융기관과 정부는 계열그룹 전체가 도산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하도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다시 지원을 해 줄 수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惡循環의 連續이 되고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의 경쟁력이 생겨날 수가 없게 되는데 이코노미스트紙는 이러한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제가 강연의 서론부분에서 제기했던 문제 중 대기업집단 즉 재벌에 관한 정책이 있었습니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것은 대기업의 규모도 아니고 계열기업의 숫자도 아닙니다. 규모가 얼마든지 커도 좋고 계열기업수가 얼마든지 많아도 좋습니다. 다만 經濟的 論理에 의해서 하라는 것입니다. 개별기업의 企業性이 보장되는 범위내에서 하라는 것입니다. 경제성이 없는 기업을 계속 늘려나간다든지 또 그런 기업을 한쪽으로 유지하면서 또 다른 쪽으로는 새로운 기업을 신설하는 신규투자는 자제해야된다는 이야기입니다. 公正去來委員會는 出資를 어느 수준에서 제한한다든지 債務保障을 제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앞에서 말씀드린 대기업집단의 비합리적인 기업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 이 제도를 한층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네번째로 政府와 企業間의 關係에 관한 문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자신은 정부에서 약 30여년간 근무해 왔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와 기업간의 관계가 바람직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정부와 기업간의 관계는 예컨데 바람직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와 같아야 한다고 보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기업하시는 분들이 들으실 때 정부는 부모고 기업은 자식이라고 해서 굉장히 언짢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 부모는 자식의 自律과 創意를 충분히 존중해 주어야 됩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바란다고 자식이 무조건적으로 따라옵니까? 엄밀히 이야기하면 자식은 자식이고 부모는 부모이기 때문에 부모가 아무리 이렇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들 그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자식이 둘 있는데 그 중에 하나 정도는 사회과학을 해 주었으면 하고 바랬습니다만 둘 다 자연과학을 했어요. 부모가 희망하지 않는 쪽으로 갔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정부는 기업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는 자식에게 公衆道德과 같이 반드시 준수해야 될 基本的인 規範은 제시하고 가르쳐 주어야 됩니다. 이것을 하지 않는 부모는 부모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정부는 기업이 준수해야될 經濟法規를 確立하고 반드시 따르도록 해야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政府의 責務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본적인 규범을 제시했을 때 자식이 이것을 따르냐 따르지 않느냐는 기본적으로 부모에 대한 자식의 信賴와 尊敬에 달려 있습니다. 부모가 부모답지 않으면 아무리 이야기해도 따르지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우리는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간의 바람직한 관계가 설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는 정부가 해야 될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 하는 반성을 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오늘 講演의 結論을 도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연의 冒頭에서 저 스스로가 공정거래제도에 대해 제기했던 문제에 대한 답을 말씀드리면서 제 이야기를 끝내려고 합니다. 첫째로 政府는 公正한가, 정부는 競爭促進的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정부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 스스로가 이것을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됩니다. 저희 공정경쟁정책에 있어서의 핵심은 기업을 규제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政府內에 있는 非競爭的 制度와 慣行을 고치는 것이고 실제로 競爭政策의 주무당국인 公正去來委員會는 이런 쪽에 훨씬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두번째로 현재 우리 경제가 몹시 어려운데 왜 公正去來政策을 强化하려고 하느냐. 저는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누차 말씀드린 것과 같이 순환적인 현상 때문이 아니고 構造的인 側面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으며 따라서 구조를 올바르게 정립하는 정책은 계속 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공정거래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企業에 대한 規制를 强化하는 것이 아니냐. 공정거래제도도 규제이긴 합니다만 이 규제는 규제를 줄이기 위한 규제라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각 산업별로 행해지고 있는 규제는 가능한 한 줄이되 어느 산업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一般的인 規則(Rule)은 强化되야 하고 이러한 규칙을 만드는 정부의 역할은 보다 더 충실해 져야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규제를 줄인다고 한들 安全이라든가, 環境이라든가 혹은 市場秩序의 維持라든가, 社會秩序의 維持를 위한 정부의 기능까지 포기할 수는 없으며 꼭 필요한 규제는 해야 되는 것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제한이 없는 규제는 바람직스럽지 않고 여기에도 일정한 제한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우리 경제는 이제 競爭促進的 經濟構造가 뿌리내리도록 해야 되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오늘날의 시대여건을 '市場을 축으로 하는 資本主義의 새로운 물결'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만 우리 한국경제도 이러한 흐름에 동승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발전이 있을수도 있고 없을수도 있다고 봅니다. 제가 30년 가까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실무자 또는 정책입안의 책임자로 관여하면서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해 보고 얻은 마지막 결론은 결국 市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시장을 어떻게 하면 살리느냐, 시장을 어떻게 하면 활성화하느냐, 어떻게 하면 市場이 固有의 機能을 發揮하도록 하면서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競爭力은 競爭的 構造하에서만 생길 수 있다는 말씀을 다시한번 드리면서 오늘 제 강연을 마치고자 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