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프로필   [ I ] 7.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정부 - 기업의 구조 재정립 한국생산성본부 초청강연 (공정거래위원장 재임시 : 1996년 9월 20일) 우리나라의 獨寡占制度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經濟力集中 抑制施策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흔히 공정거래법이라고 약칭하지만 정확히 얘기하면 獨占規制 및 公正去來에 관한 法律입니다. 이 법을 改正하기 위해 정부가 마지막으로 案을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요즘 비판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財界는 재계대로 또 정부는 關係部處대로 다소 이견이 있고 해서 모 신문에서는 '公正委가 四面楚歌'라고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어서 공정거래위원회라는 한 기관이 추진한다기 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공정거래제도를 보다 보완, 강화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느끼는 점, 또 최근 경제의 여러 가지 어려운 현상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 즉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는것에서부터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이르기까지 제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經濟 問題의 本質을 놓고 보았을 때 오늘날과 같은 경제환경에서 政府의 役割構造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또 企業의 役割과 構造는 과거에 우리가 생각했던 모습에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현재의 政府와 企業과의 關係는 바람직하게 설정되어 있는 것인지 하는 측면에서 이 문제들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 경제가 지금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견해에 대해선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어려움의 本質이 무엇이냐 하는데에 대해선 보는 사람마다 상당한 시각 차이가 있습니다. 高費用 低效率 構造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말은 競爭力이 弱化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왜 경쟁력이 약화되느냐 하는 것은 세계 經濟環境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해답의 단초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이렇게 달라지는 경제환경에 우리 정부나 기업이 과연 제대로 適應하고 있느냐, 혹은 柔軟한 適應을 하고 있느냐 하는 점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국내외 경제환경의 변화를 몇가지로 특징 지워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첫번째로 國境 없는 經濟로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제 정치적으로 東歐圈의 世界經濟 내지 市場經濟로의 編入 이후 이루어지고 있는 世界經濟의 統合化 현상인데 이 것을 '메가컴피티션의 시대'(Mega-Competition Age)라고 이야기 합니다. 최근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간 비교적 제한된 지역 내에서 또는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나라와 국경을 전제로 한 경쟁으로부터 이제는 국경의 개념이 소멸되어 과거에는 시장경제권에 들어와 있지 않았던 국가들인 구 사회주의 경제권에 속했던 경제, 그리고 시장경제와 상당히 멀게 운영되어 왔던 여러 형태의 경제권들이 모두 여기에 들어와 경쟁해 나가는 이른바 大競爭의 時代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초래되는 競爭의 激化 현상에 대해서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情報化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정보화가 향후 경제와 경영에 미칠 영향은 엄청난 것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초래하는 技術의 發展이라든가 商品構造의 變化, 라이프사이클의 단축 그리고 과거 생산자와 소비자간에 있었던 情報의 非對稱性 때문에 消費者가 기본적으로 불리한 입장에서 生産者와 상대할 수 밖에 없었던 시장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需要者中心的 市場構造로의 轉換 내지 消費者中心的 市場構造로의 變化가 불가피해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需要者 民主主義'(Demandcracy)라고도 표현합니다. 세번째로 과거 우리가 보아왔던 공업 중심적 생산구조에서부터 컴퓨터로 상징되고 知識이나 知慧의 가치가 보다 존중되는 사회로 변화될 것이며 이 변화는 벌써 상당부분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개되는 경제사회는 과거와 같은 공업사회와는 전혀 패러다임을 달리하는 새로운 사회가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가 21세기의 경영환경 변화라 해서 다섯가지를 제시했는데 제가 말씀드린 것과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소 다른 것은 다섯번째의 相生化라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이는 소위 社會에 대한 寄與라든지 責務를 떠나서는 기업경영을 생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敎育, 醫療 등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기업은 결코 무관심해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특히 環境 問題에 대해선 각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합니다. 가끔씩 기업체들이 신문에 전면 광고를 내는데, '우리는 環境을 매우 重視하는 企業입니다'라고 한두 마디 써놓은 광고를 합니다. 다시 말하면 環境親和的 企業이 아닌 기업은 앞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전제 아래 환경친화적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또는 소비자들에게 알리겠다는 것이 아닌가 보여집니다. 문제는 이같은 환경 변화를 우리 정부나 기업이 얼마만큼 인식하고 여기에 맞는 정책과 제도의 운영 또는 제도의 개편 등을 해나가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선 政府 스스로가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해봐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日本의 사카이야 다이이찌(堺屋太一)라는 유명한 評論家는 시대 환경은 바뀌었는데 이 환경 변화를 인식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대해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企業은 평균 5년 걸리고, 政治하는 사람은 10년, 官僚는 15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관료들은 15년이 지나야 겨우 세상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는 것입니다. 일전에 저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와 공식 협의를 위해 東京에 갔다가 시간을 내 이 사람과 4시간 가까운 對談을 한 적이 있습니다다. 그때 이 사람이 저보고 하는 얘기가 요즘 일어나는 현상을 자신은 15년 전에 이미 예견했고 자기가 쓴 책에 있다며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이렇듯 환경의 변화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것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公正去來制度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첫째로 政府는 과연 公正한가라는 것입니다. 경제에 있어 競爭促進的 構造를 만들자고 하는데 政府는 과연 競爭促進的인 政策이나 制度를 운용하고 있느냐는 비판입니다. 두번째로 정부가 공정거래법을 운영해 온지 약 15년이 되었는데 獨寡占的 市場構造가 과연 改善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公正去來法은 있으나 마나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입니다. 세번째로 요즘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公正去來法 改正이냐는 것입니다.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여 이를 더욱 강화하면 기업을 더 옥죄는 것인데, 한쪽으로는 規制緩和를 하면서 왜 公正去來法을 强化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을 더 어렵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것은 주로 財閥企業들로부터 제기되는 문제입니다. 네번째로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經濟力集中 抑制制度라는 것이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競爭法 體系를 갖고 있는 나라가 60개국 정도 되는데 비교적 괜찮은 나라들입니다. 반대로 독과점금지법이나 공정거래법 등의 경쟁법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가 세계에는 아직도 수두룩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쟁법을 갖고 있는 나라들 중에서 경쟁법내에 經濟力集中 抑制를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이외에는 거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경쟁법에서 경쟁을 촉진하면 됐지 왜 경제력집중 억제까지를 법에 담고 있느냐는 주장입니다. 이는 대재벌기업들이 주로 제기하는 문제점으로 이러한 입장을 대변하는 매우 정교한 이론을 가지고 있는 일부 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적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약 20가지 정도의 쟁점이 있지만 모두 얘기할 순 없고 한 가지 쟁점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좀더 진행시켜 보기로 하겠습니다. 요즈음 世界化, 國際化時代라 해서 기업은 다각화의 경우 필요하다면 무한정 이루어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戰略的 提携도 해야 되고 非關聯 多角化도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 왜 공정거래법이 자꾸 규제를 하려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국제경쟁을 하기 위해 기업이 규모를 키우거나 다각화해 나가는데 있어 굉장한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들어 出資總額을 制限하거나 相互出資를 禁止한다든가, 특히 요즈음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債務保證을 制限하는 것 등입니다. 앞으로 5년 내 이른바 包括的 債務保證制度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쪽으로 가져 가겠다는 방향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는 經濟의 沈滯현상에 대해 이것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政府의 役割이나 構造가 무엇이냐 하는 것과, 적게는 제가 관장하고 있는 공정거래제도의 개편 방향과 연결시켜 이 문제를 풀 정확한 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고 기업의 구조와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兩者의 關係는 어떻게 설정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총론적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경제에 있어 경쟁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현상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潛在成長率이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잠재성장률이라는 개념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대개 잠재성장률을 계산하는 방법을 전문적으로 보면 생산함수방법 등 여러가지 접근방법이 있는데 모두 過去의 延長線上에서 보는 시각입니다. 그런데 과거의 성장패턴이 과연 적절한 것이었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반성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國民所得 計算方法에도 상당한 허구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있었습니다. 적어도 몇십년 더 가야 될 건물들이 붕괴됐지만 국민소득면에서는 오히려 플러스 효과로 나타납니다. 왜냐하면 성수대교가 무너진 자리에 새로 다리를 놓기 위해서는 자재비와 인건비등 몇백억원이 들어가는데 그만큼 부가가치가 새로 창출되는 것으로 국민소득에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삼풍백화점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環境問題에 있어 수질이나 대기, 지하수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막다른 한계점에 도달해 있는데, 그것이 갖는 負의 效果는 어떻게 계산될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국민소득계산법이란 것은 취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다른 쉬운 예로 主婦들의 家事勞動力은 국민소득에 계산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스운 얘기로 친구간에 서로 와이프를 바꿔 일하게 해서 서로 돈을 받아온다면 각자 똑같은 일을 하지만 국민소득면에선 그만큼 증가 효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 하면 우리가 成長率이나 成長의 槪念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문제점에서부터 탈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너무 高成長에 집착해 있습니다. 우선 政府부터가 高成長의 神話로부터 脫出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 고도성장의 신화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모든 경제적 문제의 해결은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같은 문제점이 기업으로 옮겨가면 企業의 過投資라는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보면 負債의 比率이 엄청나게 높습니다. 이같은 구조에서는 기업은 요즘같이 조금만 景氣가 下降하게 되면 견뎌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교적 자리가 잡힌 나라,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자리잡힌 나라에 있어서는 景氣循環이라는 것은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과정으로 이해됩니다. 시장경제가 경기순환없이 계속 발전만 한다는 것은 경제원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우리 경제도 이와 마찬가지로 경기의 사이클을 탈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적 사이클, 중기적 사이클, 장기적 사이클도 있습니다. 이 사이클을 겪으면서 장기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추세로 계속 걸어오고 있고 또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문제는 景氣가 下降했을 때 어떻게 對應을 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대개 先進國에서는 경기가 하강할 때를 構造를 調整하는 期間으로 받아들입니다. 기업에서는 그간의 過剩投資를 중지하고 過剩雇傭을 정리하며 잘못 선택된 업종을 정리합니다. 경제 전체로 보았을 때는 쏟아져 나오는 失業者들을 다시 再訓練, 再敎育 시키고, 정부는 이같은 경기 조정기를 겪으면서 새로 전개될 경기 회복기에 새로 대두될 산업이 무엇이냐를 예측하면서 적정하게 대응하는 경제정책을 수립합니다. 그리고 기업으로부터 나오는 遊休人力은 새로운 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再訓練을 시키는 期間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흔히 이것을 不況의 效用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불황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구조를 조정하기가 어렵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어려울 때에는 결과적으로 구조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人體의 경우 몸이 좋을 때에는 健康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다가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原因을 따져 보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요즈음 景氣가 어렵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과연 어느정도 어려운 것일까요. 금년에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7％ 가까운 成長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 다음 物價는 정부가 목표로 했던 4.5％정도가 될 것 같은데 이 자체는 비교적 높은 수준입니다. 제대로 경제운영을 하려면 3％정도의 수준으로 물가안정이 이루어져야 됩니다. 가장 어려운 것이 國際收支 赤字인데 금년에 200억불 가까운 적자가 예상됩니다. 물론 금년 한해만 보면 200억불은 매우 큰 국제수지 적자임에 틀림없습니다만, 우리의 경제규모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이 어려움이 금년 한해 정도에 끝나고 내년에 다시 회복될 수만 있다면 호들갑을 떨어가면서 걱정할 것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6∼7％의 성장을 하는 나라가 경제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外國 사람들이 들으면 웃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企業하시는 분들과 일반 國民들은 이 정도의 어려움도 견뎌내지를 못하는것 같습니다. 조금만 경기가 안좋아도 견디지를 못합니다. 이 기간을 構造를 調整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노력도 부족할 뿐만아니라,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제구조가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는 구조로 고착화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政府부터가 高速成長이 조금이라도 멈추고 떨어질 때에는 스스로 불안해 하며 초조해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財務構造도 이 기간을 사업을 再調整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만큼 여유롭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負債比率이 엄청나게 높은 재무구조하에서의 경영은 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부채상환에 따른 금리비용 등을 견뎌내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景氣浮揚策을 요구하게 되고 또 무리를 해서라도 새로운 投資를 해서 이것을 극복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악순환과정을 거듭하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겪어오면서도 계속 잘 해왔습니다. 세계경제가 그렇게 될 수 있게끔 위기때마다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었고, 또 우리 경제의 잠재적인 능력에 있어서도 그것을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능력을 지금도 계속 보유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構造的인 問題點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여기에 根本的으로 對應하는 전략으로 정책을 펴나가지 않으면 우리경제의 어려움은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지금 닥친 문제를 短期循環的인 문제로 보고 내년 하반기쯤 되면 괜찮아지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에 회복될 경제인데 무슨 걱정이냐는 것입니다. 즉 景氣循環이라는 것은 시장경제를 하는 나라에서는 다반사로 있을 수 있는 것이어서 8∼9％ 성장했다가 7％대로 내려왔다가 또 다시 올라가는 것인데 무슨 문제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문제의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가 문제를 그렇게 인식하고 접근한다면 앞으로도 거듭되는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日本의 例를 들어봅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모든 경제정책이나 제도는 일본의 제도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官僚들은 새로운 것 하나 해보려면 우선 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본을 보고 베낍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經濟法令의 상당부분은 일본의 것을 답습하고 있고 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항상 일본이 우리보다 15년에서 20년정도 앞서 나가고 있고, 일본이 했던 방식대로 대충 쫓아가면 큰 실수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전 제가 經濟企劃院 局長시절에 對日政策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일본과 여러가지 협의를 하기 위해 당시 商工部 通商局長과 함께 일본에 갔었습니다. 일본 經濟企劃廳 調整局長과 마주 앉아 장시간 얘기를 했었는데 이 사람은 아까바네라라고 하는 사람으로 일본 經濟白書의 집필자였습니다. 이 사람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우리가 목적했던 것은 일본으로부터 技術을 더 많이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얘기하는 과정에서 저는 "우리한테 기술을 더 주어야 너희들도 좀 더 향상된 기술로 갈 수 있다"라고 하면서 "흔히 부메랑 효과라고 하면서 가령 한국에다 기술을 주면 금방 배워서 얻어맞는다고 걱정하는데 너희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내가 보기에는 한국이 20년 이상 뒤 떨어져 있으니 너희들은 부메랑 효과 따위를 걱정할 것 없다."라고 했더니, 그 사람이 "아니다. 10년밖에 안 떨어져 있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일본경제는 아직도 엄청납니다. 그러나 일본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미 80년대 말부터 서서히 노출되기 시작해서 90년대에 들어오면서 본격화되었고, 91년도부터는 제로 성장시대로 들어갔다가 최근에 와서 조금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일본 스스로도 그 회복에 대해 확신을 못 가지고 있습니다. 과연 일본경제에 본질적인 문제가 생기고 있느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에 대한 시각에 있어서 일본의 民間 專門家들과 政府의 시각사이에는 엄청난 갭이 존재했습니다. 앞서의 사카이야 다이이찌(堺屋太一)가 최근에 쓴 글을 보면 일본이 목 세우고 고속성장으로 질주하면서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던 시대는 지났다고 합니다. 이제 일본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모든 문제를 어렵게 심사숙고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차분하게 다시 나가야 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일본 경제가 과거와 같은 번영을 누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일본의 사회, 경제 그리고 공고한 官僚制度 등에 근본적인 變化가 와야 된다는 것입니다. 또 일본의 政治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그는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뿐만 아니라 오마에 겐이찌(大前硏一) 같은 사람도 표현은 다르지만 대개 같은 논조를 갖고 있습니다. 「生活者들의 反亂」같은 책을 읽어보면 기본적으로 별차이가 없습니다. 그는 일본 경제, 사회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혁되지 않으면 변화되는 세계경제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계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마에 겐이찌는 극단적으로 과거 일본경제에 성장신화를 창조했던 일본관료가 일본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른바 官僚亡國論입니다. 일본 경제부처 하나하나에 대해 하고 있는 일을 지적하면서 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쪽으로 일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일본의 言論은 앞에서 말씀드린 사람들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최근데 와서 비슷한 논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일본경제신문의 논설주간이 '規制經濟'란 표현을 썼습니다. 규제경제가 制度에 疲勞를 누적시키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저는 그 기사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는데 우리가 과거 동구권 그리고 소련과 經濟協力을 하기 위해 왔다갔다 했지만 당시에는 이 경제권이 며칠이나 가겠는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예측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制度의 崩壞인 것입니다. 이 사람은 독일과 일본의 경우에도 제도에서 많은 피로를 경험하고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즉 규제경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美國經濟는 어떤 이유로 최근에 다시 競爭力을 回復하고 있으며, 반대로 日本經濟는 계속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을까요. 미국경쟁력평의회의 조안 요켈슨이라는 사람은 미국 경쟁력의 원천은 기업의 변화를 요구하는 株主의 壓力이 매우 강한데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勞動市場의 柔軟性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法律的으로도 그렇고 文化的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다운사이징(Downsizing)과 실업자의 재흡수가 용이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기업이 솔선해서 정부기술을 이용하고 있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技術, 資本, 人材를 세계 규모로 배치한다고 합니다. 즉 국경없는 경제의 덕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企業家精神을 중시하는 문화 그리고 규제가 없는 경제구조에서 치열한 競爭이 유발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제구조는 중소하이테크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합니다. 유수한 대학의 우수한 졸업자들이 대기업으로 가지 않고 中小企業으로 가거나 아니면 혼자 創業을 해서 성공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거기에 비해 볼때 일본은 리스크(Risk)가 미국보다 훨씬 커서 도전적인 기업가의 출현이 어려운 나라이고 우리나라도 일본 못지않게 어려운 나라입니다. 제가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로 느끼고 있는 부분은 우리나라가 앞으로도 대기업중심적 경제구조로 계속 나갈 때 대기업과 하청관계에 있거나 협력관계에 있지 않는 기업, 다시 말하면 대기업과 경쟁을 할 수 있는 創意的인 中小企業의 출현이 과연 가능하겠는가라는 점입니다. 앞서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이제 일본정부도 마침내 일본의 경제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經濟白書 1996年度版은 일본의 경제, 사회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소위 하시모토 행정개혁 비젼은 日本의 政府組織을 2010년까지 현재 20여개인 省廳을 약 절반으로 재편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의문이지만 문제의 인식은 정확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존 정부 조직을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인식을 한 것입니다. 과거 일본경제에 성장신화를 창조했던 주역인 大藏省과 通産省을 대폭 개혁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에 걸쳐 밝히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보는 일본경제의 문제점도 비슷합니다. 가령 금년도 타임紙(The Time) 4월호에 나왔던 '失敗한 奇蹟'(A Failed Miracle)이나 이코노미스트紙(The Economist) 7월호에 나온 '日本의 未來' (Tomorrow's Japan)같은 기사는 일본 사회제도의 한계를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근 7월 8일자 뉴스위크紙(Newsweek)는 '취약한 사무라이 경제'라는 기사에서 일본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기존의 사회, 경제적 시스템이 새롭고 보다 경쟁적인 환경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는데 있으며, 따라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經濟와 文化를 포괄하는 總體的인 社會改革이 요구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쇼이치로 회장은 최근 저팬타임즈紙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일본의 경제, 사회적 시스템이 매우 비효율적임을 지적하고 政府 規制가 최소화되고 企業家精神이 꽃필수 있는 보다 활발한 사회(Vigorous Society)로의 구축을 촉구하면서 현재 일본은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는 明治維新, 2차 세계대전 후 추진했던 소위 맥아더정부의 改革에 버금가는 개혁을 추진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을 통해 우리를 보아야 될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이 한 것을 우리가 따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체로 일본의 좋은 것은 15∼20년의 격차를 두고 따라가는데 비해서 나쁜 것은 5∼10년 아니면 그 이하의 짧은 기간 동안에 따라가는 경향이 있고 실제 결과도 그렇게 초래되어 왔습니다. 일본의 좋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에 즉각즉각 들어온다는 것에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일본은 90년대에 들어와서 5, 6년째의 불황을 겪고 있는데, 만약 일본이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에 경제사회 시스템을 유연하게 변화시켜 나가지 못한다면 향후 10년 이상 평균 1.5％ 수준의 저성장 시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이 일본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만큼 日本人 스스로도 일종의 危機意識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과연 이러한 環境變化에 제대로 適應하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政府와 企業의 構造와 役割, 그리고 정부와 기업의 關係가 경제환경변화에 맞게 재설정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금년에 우리나라는 7.5％의 성장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만 실제 성장률이 6％대로 내려간들, 그리고 國際收支赤字가 80억$ 정도에서 억제되기를 기대했는데 이것을 대폭 초과해서 200억$ 수준이 된들, 또 物價가 다소 올라간들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단기적인 실적에 매달리기 보다는 이러한 현상이 초래되는 問題의 背景과 構造的인 要因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根本的인 治癒策을 강구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져야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情報化 問題를 예로 들어 생각해 봅시다. 최근 정부는 정보화에 대한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일본, 미국등 선진국대열에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정보화 추진에 대한 방대한 계획들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가 産業化에서는 일본에 뒤졌지만 적어도 情報化에 있어서는 경우에 따라 앞설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정보화 문제가 과연 이러한 형태의 접근방법만으로 가능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앞서 인용했던 오마에 겐이찌(大前硏一)는 그가 저술한 「인터넷과 비즈니스 혁명」이란 책에서 "앞으로의 산업은 規制가 심하지 않고 認, 許可가 까다롭지 않은 나라로, 그리고 멀티미디어에 친숙한 법체계를 갖고있는 나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사람이 보는 관점은 일본에 있어서 정보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投資가 적어서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技術開發이 뒤져서도 아닙니다. 그는 사회의 제도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맞는 法律的, 經濟的인 社會制度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은 아직도 엄청나게 뒤떨어져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정보화가 일반화된 사회에서는 멀티미디어를 통한 원격교육, 원격의료, 원격병리진단, 각종 소송절차에 있어 정보통신의 도입, 통신출근, 홈쇼핑, 전자거래, 기업내 정보통신 시스템의 구축과 활용 등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정보화의 과정은 법체계적인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일본 사회는 이같은 방향으로 사회 및 법률제도를 바꿔가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나라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이 미국보다 정보화에 뒤지는 원인은 투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일본의 사회와 경제제도가 정보화를 수용할 수 있는 체제로 개편되고 있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교육, 의료등 모든 분야를 政府의 각 主務 部處와 소속 官僚들이 쥐고 앉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정보화에 맞게 제도를 바꾸게 되면 관료들의 힘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가 정보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관련제도를 유연하게 바꾸어 주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일본의 정보화추진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정보화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이 사회의 효율적인 개편은 이같은 접근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현재 우리나라 藥局에서 팔고있는 藥을 보면 굳이 약국에서만 팔지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스피린이나 박카스 등은 범용화되어 있고 또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약품입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이런 약들을 백화점에서도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제도적으로 약국이외에는 팔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왜 이런 것까지 약국에서만 팔아야 됩니까. 일반 백화점에서도 팔게 하자는 논의가 한 10여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전혀 결론이 나지를 않습니다. 약사들이 무슨일이 있어도 내놓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이러한 약사들의 주장을 保健福祉部가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主務部處가 절대로 안 된다면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편적인 하나의 예에 불과합니다. 각 부처가 붙들고 있는 규제적 성격의 행정 중에서 특히 이해집단의 이익이 결부되어 있는 것으로 敎育制度를 들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요즈음 거의 쓰지도 않는 獨逸語가 아직도 第2外國語의 대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 일본어, 불어, 하다못해 스페인어로 바꾸자고 했더니 교사도 없고 기존에 독일어를 공부한 선생님들이 많기 때문에 도저히 없앨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불합리한 이유로 졸업과 동시에 거의 한번도 사용하지 않는 독일어를 계속 제2외국어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 우리의 교육구조입니다. 이미 고착화되어 있는 불합리한 경제사회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았을 때 우리 政府가 해야 될 일은 무엇이고 企業의 役割은 무엇일까요. 우선 정부는 매우 柔軟한 制度수용과 變化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 변화의 핵심은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해야 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과거 30년간 정부가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던 경제운영방식과 그 과정에서 동원되었던 대부분의 정책수단을 지금 이 시점에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과거 우리 정부는 구체적인 成長目標를 설정하고, 그것을 뒷받침해 나갈수 있는 産業政策 手段을 개발해 나가고, 필요하다면 市場에 介入해서라도 그 목표를 달성하고, 또 그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협조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 및 재정지원 등을 훨씬 더 유리하게 해 주는 방식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고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정책은 다행히 성공을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정책을 더 이상 쓸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쓰고 싶어도 세계경제가 이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WTO 시대에 있어서는 과거에 우리가 이용해왔던 정책수단의 대부분은 국제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습니다. 換率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輸出産業에 補助金을 지원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金融을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불가능한 시대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무능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예전에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화끈하게 잘 해결해 주었는데 요즈음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할 수가 없는 시대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에 정부의 책임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금년에 경제가 나빠진 것은 정부가 정책수단을 잘못 사용했기 때문이므로 정부가 전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이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되기까지 정부는 왜 정부의 役割構造라든지 關聯制度를 변경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이 어려움에 대해서 정부가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책임질 방법이 없습니다. 정부가 책임질 수 없는 일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과거와 같이 정부가 巨視經濟目標를 설정해 놓고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해서 그 목표를 달성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이 시대변화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바로 政府의 構造, 政府의 組織, 그리고 정부가 행하는 政策手段 및 政策의 方向을 변화하는 시대여건에 맞게 유연하게 바꿔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規制를 改革해 나간다든지, 정부가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政府役割의 變化를 꾀한다든지 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정부의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어느 누구도 우리 정부가 과거에 해왔던 방식으로 경제를 이끌고 갈 수는 없습니다. 또 실제로 과거의 제도와 경제운영방식을 계속 쓰겠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다만 어려운점은 總論과 各論이 따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과거와는 달리 가야 된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잘 안되고 있습니다. 가령 보다 競爭促進的인 社會로 가야된다는 점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나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서는 의견이 제각각입니다. 우리나라의 제도에 들어있는 많은 규제는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不必要한 節次的 規制이고 또 하나는 競爭制限的 規制입니다. 이 두가지 규제를 근본적으로 수정해 나가야 된다는 방향에 대해서 총론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은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 중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서 구체적으로 이것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은 매우 어렵습니다. 여기서 괴리가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企業構造에 대해서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紙가 「A Survey of South Korea」라는 논문에서 비교적 客觀的인 分析을 해놓고 있는데, 우리 경제의 성격을 한마디로 프랑켄슈타인 이코노미(Frankenstein Economy)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괴물 경제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괴물은 물론 대기업집단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즉 大企業構造, 財閥構造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괴물은 스스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合作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국가개입의 전통에서부터 초래된 集中化된 産業組織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국 사람들이 보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비교적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제가 독선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할 까 싶어서 이것을 인용한 것입니다. 프랑켄슈타인 이코노미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 분석기사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첫번째로 이러한 경제구조는 경제에 대한 國家 介入의 結果이며 그래서 이것을 소위 박정희 모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시말하면 정부가 거시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강력한 産業政策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호응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재정적, 금융적, 기타 여러가지 방법의 지원을 통해서 育成을 합니다. 그런데 육성을 하다 보면 規制가 생겨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支援과 規制, 保護와 統制라는 산업정책의 전통이 수립이 되게 된 것입니다. 두번째로 한국의 기업에는 投資의 愼重함이란 없다고 합니다. 한국기업은 오로지 정부가 투자를 규제할 때에만 자제한다는 것입니다. 얼마전에 情報通信部에서 通信事業者 모집을 했는데 대기업집단중에서 여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기업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고는 싶지만 投資資金이 부족하다든지,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技術이 부족하기 때문에 할 수가 없다든지,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신청을 하지 않은 대기업집단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기회만 주면 어떻게든지 해 보겠다고 모두 신청을 하니까 정보통신부에서는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신청들어온 사업계획서를 갖고 객관적으로 資金能力이라든가 技術力이라든가 해서 평가를 해 보면 틀림없이 재벌기업 1, 2, 3, 4, 5위 순위로 돌아가게 될 것인데, 이렇게 되면 經濟力集中이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가지로 고민을 하다가 통신장비 제조업체중에서 하나, 비제조업체중에서 하나, 한국통신 자회사에서 하나, 기타 업체중에서 하나 하는 식으로 접근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할 경우 공정거래법에 저촉이 되지 않겠느냐고 저희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를 해와 고민에 빠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競爭政策의 本質로 보았을 때에는 個別企業別 規制는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經濟力集中 抑制라는 측면에서 보면 현실의 어려운 문제를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통신사업이 몇몇 대기업군에 돌아갔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정보통신부의 이러한 정책방향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세번째로 이코노미스트紙는 內部去來로 인한 限界企業의 유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기업집단들을 보면 계열기업을 대개 30∼40개씩 거느리고 있는데 이중에는 範圍의 經濟(economy of scope)라는 관점에서 반드시 유지되어야 할 기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많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退出되어야 할 限界企業이 어떤 이유로 계속 대기업의 계열회사로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요. 또 아무 관련도 없는 사업에 어떻게 하루 아침에 뛰어 들어가고, 게다가 利潤까지 낼 수 있는 것일까요. 이코노미스트紙는 이에 대해서 두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데 하나는 우리시장이 기본적으로 競爭市場이 아니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기업의 內部去來가 만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평균적으로 25％정도의 內部去來率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시장을 이미 25％정도 확보하고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재벌기업은 경쟁상대인 다른 기업과 비교해 보면, 400ｍ 경주를 하는데 100ｍ 앞에서 뛰는 것과 같은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네번째로 우리나라의 경우 사업이 잘못되었을 때 政府의 救濟가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金融이 깊이 물려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기업이 쓰러지면 줄줄이 쓰러지게 되고 이렇게 되면 雇傭問題등 엄청난 사회 경제적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救濟金融이라든가 産業調整 努力을 통해서 구제해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계속 물려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제도가 債務保證制度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기업이 탄생하게 되면 한계기업이 되더라도 퇴출당하지 않고 온존하게 하는 구조가 만연되어 있는데 이러한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包括的 債務保證制度입니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지구상의 어느나라에도 없는 제도입니다. 거래와 수반해서 일어나는 채무보증은 얼마든지 해도 좋지만 거래하고는 아무 관계없이 단순히 系列企業이라는 이유 때문에 같은 계열기업군에 속하는 主力企業이 보증을 서주는 이 제도는 일종의 退出障壁으로 작용하고 있는 비합리적인 제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코노미스트紙는 不況을 모르는 經濟와 企業, 끊임없는 成長과 擴張을 추구하고 構造調整에 무관심한 經濟構造와 企業行態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자전거가 달리다가 고장이 나면 잠깐 멈춰서서 고쳐야 될 텐데 섰다가는 넘어지니까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달려나갈 수밖에 없듯이 한국경제도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 경제의 모습입니다. 저희 공정거래위원회가 금년에 법개정을 통해서 추진하려고 하는 몇가지 주요한 사안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까 제가 제기했던 문제에 대한 해답도 됩니다. 政府는 과연 公正한가. 정부는 과연 競爭促進的인 政策을 쓰고 있는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답은 유감스럽게도 과거부터 지금까지 별로 그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부터가 보다 공정하고 보다 경쟁촉진적으로 가야 된다는 이 명제에 대하여 이제는 우리도 동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부 스스로가 그러한쪽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됩니다. 이번 公正去來法 改正案의 내용중 제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政府內에서의 非競爭的인 制度, 慣行을 어떻게 체계적이고 제도적으로 고쳐나갈 것인가하는 부분인데,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법개정안에 반영되어 있는지는 이미 배포해드린 강연참고자료를 읽어 보면 아실것으로 생각됩니다. 공정거래법을 제정하여 15년동안 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獨寡占市場이 계속 온존하고 있으며 과거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동안 생각을 많이 해보았는데, 이러한 것에 대해서도 根本的인 改善을 위한 接近을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기초하여 이번 법개정안에 獨寡占市場의 근본적인 構造改善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였습니다. 경제가 어려운데 왜 公正去來法을 强化하느냐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저는 이미 대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부연해서 설명하면 우리경제의 어려움은 순환적 현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構造的 問題에 있다는 점, 그리고 구조적 문제의 본질은 무한경쟁시대로 대표되는 경제여건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競爭促進的 構造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경쟁촉진적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는 과거와 같이 個別産業에 관여하던 政策이나 制度에서 脫皮하여 企業의 自律에 맡겨야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제한으로 자율로 갈 수는 없고 最小限度의 規則(rule)은 만들어야겠다는 것입니다. 즉 개별산업에 대한 개별적인 규제는 줄이되 그대신 어느 산업에나 共通的으로 適用될 수 있는 기본적인 프레임은 강화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市場經濟 또는 自由經濟라고 해서 무한정 자유로운 것은 아니고 기본적인 룰은 지켜야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規則(Rule)이 몇 개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公正去來法 體系입니다. 經濟力集中을 왜 문제삼느냐, 경쟁제한 여부만 보면 될 것이지 왜 경제력이 모이는 것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제가 아까 말씀을 드렸지만 우리나라의 대기업 구조하에서는 創意的인 中小企業은 나오기 어렵습니다. 금년도 7월달에 이코노미스트紙가 不均衡的 經濟(A Lopsided Economy)라고 해서 다시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데 불균형적 경제구조에서 초래되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시장은 기본적으로 대기업 중심적으로 추가 기울어져 있다고 합니다. 축구장을 예로 든다면 축구장에서 두팀이 경기를 하는데 경기장의 한쪽이 1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즉 한쪽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경기를 하고 다른 한쪽은 아래에서 위를 쳐다 보면서 공을 차야 되는 셈입니다. 또 축구 골대 문도 다르게 되어 있어서, 하나는 좁고 다른 하나는 넓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축구장에서 경기를 하면서 競技規則을 잘지키라고 해도 지켜질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나라의 市場도 바로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축구장과 같은 構造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구조하에서는 원천적으로 競爭이 不可能합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이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우선 市場構造부터 바로잡아야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公正去來法에서 다루고 있는 經濟力集中 抑制制度의 기본 취지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제화시대에 있어서 기업이 커지는 것, 多角化하는 것에 대해서 왜 공정거래법이 규제하려고 하느냐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저는 공정거래법의 어느 곳에도 기업의 규모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세계 어느나라의 대기업인들 기업이 커지는 것을 싫어할 리가 없겠지요. 또 기업이 다각화하고 많은 기업군을 거느림으로써 기업이 단지 하나의 기업으로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싫어할 기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다른 나라의 기업들은 그렇게 안하느냐 하면 經濟的 能率面에서 그것이 不可能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세계의 유수한 대기업군들이 기업수를 줄이고 보다 主力企業쪽으로 特化하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GE 같은 회사도 최근에 상당히 많은 기업을 정리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군도 외국의 기업군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았을 때, 경제논리상 40개, 50개 기업을 거느리면서도 한쪽으로는 계속 기업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고 또 한쪽으로는 계속 계열기업을 더 늘이는 것이 여러분들은 과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과거에 기업군들이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債務保證과 出資였었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거의 규제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제도에 문제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 보려는 것이 저희 공정거래위원회의 생각이고 이를 구체화한 것이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인 것입니다. 출자를 제한하는 것은 기업이 대규모로 크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니고 한 기업에 보다 많이 투자하려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기업은 정리를 하라는 취지이고, 채무보증을 제한하는 것은 자체의 企業性과는 관계없이 系列企業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빚을 얻어 추진하는 기업확장이 아니고 그 기업의 사업성 자체에 의해서 與信을 얻어서 正常的인 企業活動을 하라는 취지입니다. 이렇게 제도를 고치고 행태를 고쳐나가면 정부가 企業規模, 業種數, 多角化의 程度 등에 대해 인위적으로 제한을 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經濟的 論理에 따라 기업규모의 확장정도라든지 다각화의 정도 등이 저절로 교통정리가 되지 않겠는가라는 것이 저희들 생각이고 그러한 생각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이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異論이 제기되고 있고 또 부분적으로는 저희가 제시했던 의견 중에 다소 修正, 補完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재계의 의견이라든가 각계의 의견을 들어 보니까 우리가 미처 이런 부분은 생각지 못했구나 하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마무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우리나라를 감싸고 있는 經濟環境의 變化에 제대로 適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문제의식에 기초해서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바를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經濟問題를 構造論的인 시각에서 接近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이것만이 問題를 根本的으로 解決하는 接近方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부디 오늘 강연이 참석하신 여러분들의 企業經營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어보면서 이만 제 말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