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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 10. 어려운 시대의 도래 - 그 의미와 대응방향

보신각로타리클럽 초청강연 (공정거래위원장 재임시 : 1996년 11월 25일)

우리는 지금 매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주변 여건들, 즉 南北韓 關係에 대한 展望을 중심으로 하는 國家 安保問題, 우리나라를 둘러싼 國際情勢의 變化展望등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속에서 특히 금년은 經濟的으로도 매우 어려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國際收支 赤字規模가 년말까지 200억불을 넘어서 美國 다음의 적자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이에 따라 外債規模도 1,000억불에 달할 것이라는 우울한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經濟成長率도 아직 7%정도는 달성할 것이라고 하나 당초 기대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와같이 각종 經濟指標가 下降曲線을 그리고 있고, 앞으로의 전망 또한 당분간은 밝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대두되는 가운데 企業 經營者에서부터 政府 公務員에 이르기까지 각 경제주체는 갖가지 우려섞인 분석과 나름대로의 처방을 百家爭鳴式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경제를 이끌어 왔던 5대제품(조선,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반도체), 특히 반도체이후에 한국경제의 핵심적인 제품이 아직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고 있어 장래가 매우 불투명하다고 합니다. 企業 經營者들도 과연 獨自的 競爭力을 갖춘 기업 또는 제품이 얼마나 될 것인지 회의를 갖고 있다고도 합니다. 특히 OECD 가입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최근 가입이 확정되었으나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開放의 幅이 더욱 넓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놓고 보면서 우리나라 經濟政策 樹立 및 執行에 一角을 擔當하고 있는 저는 오늘날의 이 시대가 경제적인 의미에서 매우 어려운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들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循環的 현상일까요, 構造的 問題일까요, 아니면 兩者의 複合일까요. 많은 논란이 있지만 순환적 측면보다는 구조적 측면이 더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결론인 것 같습니다.

순환적인 어려움만이라면 실상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경제학에서도 景氣의 循環은 資本主義 經濟에서는 피할수 없는 현상이라고 규정짓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반드시 나쁜것만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不景氣에는 經濟構造를 바로잡고 경쟁력 없는 産業이 정리되고 雇傭構造가 개편되며, 기업단위에 있어서는 放漫한 經營을 다시 돌이켜보고, 雇傭問題에 있어서도 적절하지 못한 인력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어 다음 경제회복기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好機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不況期에는 소비자의 선택이 매우 엄격해 지므로 기업은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競爭力을 크게 培養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가리켜 어떤 경제학자는 '不況의 效用'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유행어가 되다시피한 高費用, 低效率構造라는 것은 그 자체가 구조적 문제의 結果의 표현일뿐 이러한 결과를 발생시킨 보다 根本的이고 構造的인 原因에 대한 설명으로는 미흡한 감이 듭니다. 그렇다면 그 어려움의 本質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어려움의 본질에 어떻게 對應해야 할까요? 우선 어려움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전개되는 시대는 이전의 시대와 무엇이 다른가, 즉 時代 變化의 意味에 대해 정확히 간파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경제적 의미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나가 동감하고 있는 소위 國境없는 經濟的 狀況(borderless economy, interlinked economy)의 전개입니다. 세계 경제가 통합된 시장으로 향하는 이 현상이 이 시대 변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과거의 國民經濟 槪念이 弱化되고 개별단위의 企業經營이 世界的 規模로 展開되는 형태로 경제가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둘째 산업사회의 情報化時代로의 전개입니다. 앨빈토플러가 '공장굴뚝 경제'로 표현했던 공업사회적 특성에서 '컴퓨터'로 상징되는 정보화 시대로 변모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知價社會의 전개입니다. 과거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주요 생산요소로 보았던 土地, 資本, 勞動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저하되고 知識과 知慧의 가치가 생산요소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소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부터 전개되는 사회는 과거 사회의 연장선상에서 보아서는 안되며, 과거사회와는 그 개념과 성격을 전혀 달리하는 즉 패러다임을 달리하는 사회가 전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經濟與件 變化가 우리經濟에 주는 意味는 시장의 성격변화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세계경제에 있어서 市場의 性格이 달라집니다.

세계 경제가 국경이 없는 경제로서의 성격이 강해진다는 것은 엄청난 競爭의 激化가 초래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어떤이는 "大競爭의 時代가 도래했다"고 말합니다. 19C말엽부터 최근까지 약 100년간을 小競爭의 時代 다시말해 지역적으로나 거래대상에 있어서나 비교적 제한된 범위내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던 시대라고 한다면, 이제는 모든 것의 벽이 허물어져 버리고 無限競爭의 時代로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大競爭의 時代가 도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 정보화 사회의 발전은 결과적으로 과거 생산자가 시장을 지배하고 시장의 성격을 규정해 나가던 生産者中心의 市場構造를 보다 需要者中心의 市場構造로 바꾸어 놓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산자중심적 경제구조의 주된 요인이었던 생산자와 수요자간의 情報의 非對稱性을 일거에 해소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 知價社會의 전개에 따라 知識 또는 知慧의 창조과정이 企業競爭力의 核心的 要素가 됩니다. 이에 따라 기업경영에 있어서 創造的 小數의 役割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지며 이러한 창조적 소수의 확보가 企業經營의 成敗를 좌우하는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동시에 知價가 내장된 고부가가치형 상품이 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이에 따라 과거의 대량규격생산방식으로는 더 이상 변화되는 시장상황에 적응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영화 '쥬라기공원'이 가져온 엄청난 액수의 수익이라든가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보다 첨단기술집약적인 비메모리제품이 메모리제품보다 더욱 높은 시장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에서 말하는 시대변화의 의미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도 2005년의 경영환경을 전망하면서 본질적으로 같은 내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이미 우리에게 닥쳐있고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시대변화에 어떻게 對應해야 할까요. 이것을 정확히 아는 것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經濟의 構造的 어려움의 本質을 파악하고 동시에 이로부터 신속히 벗어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경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경제의 각 주체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여건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시대의 변화는 알레그로로 진행되는데 과거의 성공적 체험에 안주하여 아다지오로 대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점에서는 政府, 企業, 消費者 모두 큰 차이가 없습니다. 韓國經濟에는 脫出해야 할 세가지 成功神話가 있습니다. 첫째 '高度成長의 神話'입니다. 우리정부나 기업은 과거 30년간 거의 8% 가까운 성장을 해왔던 성공의 신화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은 이미 지나갔으며 成長의 質的인 側面도 고려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둘째 '韓國株式會社의 神話'입니다. 박정희 모델로 대표되는 정부의 경제에 대한 積極的 役割과 財閥中心의 大企業構造가 합작하여 오늘날의 경제신화를 창조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저는 이것을 소위 '韓國株式會社의 神話'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政府와 企業의 役割과 機能, 그리고 兩者의 關係는 과거 경제성장과정에서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새로이 변화되는 경제환경에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셋째 '經濟第一主義의 神話'입니다. 이것은 경제만 발전되면 다른 분야의 제반 문제점까지도 덮을 수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인데 현재의 정치, 경제, 사회 여건은 과거처럼 經濟發展만을 위해 다른 모든 가치를 희생시켰던 상황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와같이 효용을 이미 상실해버린 과거의 시스템과 사고방식에 안주해서는 변화되는 경제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제2차 世界大戰에서 패배한 日本海軍의 예는 우리에게 좋은 敎訓이 되고 있습니다. 제2차 世界大戰시에는 잠수함과 항공모함의 출현으로 해전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본해군은 과거 러일전쟁시 승리를 가져다 준 '大艦巨胞主義戰略'에 집착하다 미드웨이해전에서 패배, 결국 2차 대전에서 패배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경제의 각 주체들이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방향은 무엇일까요? 첫째 政府의 機能과 役割을 再定立하고 이에 맞추어 組織도 整備해야 합니다. 과거의 高度成長을 가능하게 했던 대내외적 경제여건은 이미 지나갔으므로 정부의 역할도 과거와 같이 成長, 物價, 國際收支등 거시경제지표를 總量的으로 管理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産業政策手段을 動員하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經濟構造의 再定立 또는 秩序維持와 같은 構造論的 次元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세계시장의 통합화와 정보화로 요약되는 세계경제환경의 변화는 곧 기업간 경쟁이 무한히 격화되는 한편 그 우열을 소비자가 판정하는 소위 '消費者主義時代'를 열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산업전반에 구석구석 널려있는 競爭制限的 規制를 과감히 縮小하여 보다 競爭促進的인 經濟構造를 갖추는 한편 생산자위주의 정책방향에서 벗어나 보다 消費者中心的인 方向으로 經濟構造를 再定立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정부의 經濟行政組織도 과거의 공급자위주 경제구조에 적합했던 조직체계임을 개닫고 산업별 지원과 규제의 수행을 목적으로 한 과거의 産業中心的 組織으로부터 변화되는 경제여건에 맞는 機能別, 需要者中心的 組織으로 改編해야 합니다. 최근 유럽내에서 가장 활기찬 경제로 주목받고 있는 영국이 이룩한 公共部門 改革의 成功은 소비자중심적 개혁방향아래에서 가능했던 것이며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봅니다. 둘째 財閥로 대표되는 大企業中心的 經濟構造가 變化되어야 합니다.

英國의 권위있는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紙는 1995. 6. 3자 호에서 한국경제의 企業 運營形態에 주목하며 한국경제를 프랑켄슈타인 이코노미(Frankenstein Economy)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財閥로 대표되는 大企業構造는 과거 고도성장기에 기여한 측면도 크지만 고도성장에의 기대와 오너에게 집중된 의사결정구조로 인해 投資의 愼重함이 결여되어 있고, 系列企業間 內部去來와 相互債務保證을 통해 퇴출되어야 할 限界企業이 유지되는등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어 격화되는 경쟁속에서는 더 이상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대기업구조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經濟的 論理에 따라 개별기업의 기업성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기업집단의 경쟁력이 아닌 個別企業의 競爭力이 중심이 되는 企業構造로 改編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한국경제에 있어서 中小企業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최근 세계적인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교수가 1996. 11. 21자 Far Eastern Economic Review紙에서 밝힌 견해는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는 '收益의 豫言' (Prophet of Profit)이란 제목아래 "다가오는 시대에는 한 사업분야에서의 경쟁도 벅찰 것이므로 미쯔비시처럼 무분별하게 다각화된 대기업구조보다는 도요타처럼 전문화되어 있거나 디즈니처럼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된 기업에게만 미래가 있을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아시아식 경쟁이란 없으며 오직 世界的 競爭만이 존재할 뿐이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셋째 政府와 企業의 關係가 再定立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은 상호간에 상대방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고 市場經濟의 基本的인 規律을 遵守하는 姿勢가 필요합니다. 즉 기업은 정부의 構造調整者, 秩序維持者로서의 역할을 존중하고, 정부는 기업이 질서의 테두리안에서 自由로이 企業活動을 하도록 보장해 주는 한편 그 結果도 기업 스스로 責任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정부와 기업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거나 기업이 바람직하지 못한 단기대응책을 기대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며 나아가 경제의 어려움을 構造調整의 機會로 활용하지 못하는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넷째 消費者의 合理的인 選擇能力이 제고되어야 합니다.

정치에 있어서의 民主主義가 정치의 소비자인 國民이 최종적으로 선택권을 갖는 제도라면 市場經濟는 시장에 있어서 消費者가 선택권을 갖는 경제시스템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치에 있어서나 경제에 있어서나 소비자의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이 시스템의 성패를 결정하는 최후의 관건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 소비자의 선택능력에 대한 경제구조적 관심과 消費者 스스로의 自覺이 필요한 때가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의 시대'는 '지금까지의 시대'와는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時代變化의 意味를 正確히 把握하여 迅速하고 積極的으로 對應하는 것만이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길일 것입니다. 즉 '市場을 축으로 하는 資本主義의 새로운 물결'이라는 새 시대의 의미를 직시하지 못하고, 競爭促進的이며 需要者中心的인 경제구조를 구축하려는 노력과 모든 경제문제를 시장에서 市場機能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노력이 각 경제주체로부터 이루어지지 못할 때 우리는 진정 어려운 시대를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 제 강연을 마칠까 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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